외국계 펀드 '衣食' 줄이고 '건강' 챙겼다
이달 들어 주요 외국계 펀드들은 전반적으로 매도우위를 보이는 가운데 포트폴리오 조정에 집중하고 있다. 음식료 패션 증권 등 내수 관련주들은 보유 비중을 줄이는 모습이다. 반면 의료장비업체와 중소형 제약사 등 헬스케어 관련주를 적극적으로 편입하고 있다. 2차전지 관련주도 장기 투자자들의 ‘러브콜’을 받았다.

◆비중 축소 절반이 내수주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은 이달 지분 보유 현황을 공시한 19개 종목 중 절반이 넘는 11개 종목에 대해 투자 비중을 낮춘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6개 종목이 내수 관련주였다.

템플턴자산운용이 가장 많은 주식을 내다 팔았다. 싱가포르법인이 휠라코리아(13.15%→12.11%)와 현대산업(13.28%→12.49%)의 보유 비중을 1%포인트 가까이 줄였고, 미국법인도 영원무역(5.84%→5.53%) 주식 일부를 처분했다. 휠라코리아는 올 들어 미국법인의 실적 호조를 배경으로 주가가 7만9000원에서 11만원으로 40%가량 뛰었고,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업체인 영원무역도 의류업체 중 상대적으로 양호한 수익률을 기록한 종목이다. 현대산업은 지난 9월을 고점으로 조정을 받고 있지만 여전히 연간 수익률이 60%에 달한다.

더캐피탈그룹은 오리온 보유 비중을 6.16%에서 6.14%로 소폭 줄였다. 빙그레 한양증권 키움증권 등도 비중 축소 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상대적으로 주가가 부진했던 종목들이다. 올 들어 내수주 비중을 늘렸던 글로벌 펀드들이 연말 수익률 관리를 위해 차익실현 및 포트폴리오 조정을 이어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헬스케어·2차전지는 ‘찜’

내수주 대신 외국계 ‘큰손’들의 장바구니를 채운 종목은 헬스케어와 2차전지 관련주다. 헬스케어와 2차전지는 증시 전문가들이 꼽은 내년에도 기대할 만한 대표 유망 테마다.

템플턴이 비중을 늘린 뷰웍스는 엑스레이 장비의 디지털화에 따른 수혜주로 꼽힌다. 한지형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3분기 실적이 일시적으로 둔화됐지만 안정적인 성장세가 기대된다”면서 “특히 내년엔 치과용 엑스레이 디렉터 등 신제품 출시에 따른 매출 증가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일성신약은 히말라야캐피탈이 5.27%를 신규로 확보했다. 히말라야캐피탈은 워런 버핏의 후계자로 거론됐던 중국인 리루 씨가 최대주주로 알려져 있는 미국계 자산운용사다. 지난달 말 9만7000원이던 일성신약 주가는 지분 매입 공시 이후 연일 급등하며 11만9000원까지 치솟았다. 평소 제약주에 관심이 높은 매슈스인터내셔널은 이지웰페어 지분 5.41%를 신규로 취득했다. 선택형 복지서비스 제공업체로 올해 실적은 다소 부진하지만 외국인과 기관의 매수세가 꾸준히 유입되고 있어 주목된다.

이 밖에 더캐피탈그룹이 삼성SDI 지분을 5.06% 신규 취득해 눈길을 끌었다. 부진하던 주가가 지난 10월 10만3500원을 저점으로 반등에 성공하면서 바닥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데다 2차전지 사업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는 평가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