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김승연…‘빅딜’ 후속 조치 챙기기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2년 3개월여 만에 사실상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지난 2월 서울고법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등을 선고 받은 지 10개월 만이다.

김 회장은 12월 3일 오후 한화 사옥으로 출근해 4시간 정도 머무르며 그룹 현안을 보고받았다. 오후 5시께 사무실을 나오면서 기자들과 만나 “건강은 괜찮다. 삼성 계열사를 인수해 기쁘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최근 삼성과의 2조 원대 ‘빅딜’을 성사시킨데 이어 사장급 인사를 서너 달 앞당겨 단행하며 복귀 신호를 알렸다. 이어 김 회장은 삼성 노조원들이 매각에 반발하는 것에 대해서는 “삼성에서 잘 해결할 것”이라고 했다.

사면 거쳐야 한화 대표이사 복귀 가능

김 회장은 계열사를 동원해 자신의 위장 계열사를 부당 지원한 혐의(배임) 등으로 지난 2월 유죄 판결이 확정된 직후 한화케미칼 등 7개 계열사 대표이사 직에서 물러났다. 11월까지 서울 인근 복지관에서 사회봉사명령 300시간을 모두 채웠다.

김 회장은 11월부터 발 빠른 경영 행보를 보였다. 11월 10일 그룹 살림을 책임지는 경영기획실장을 전격 교체한 데 이어 28일에는 김창범 한화첨단소재 사장을 핵심 계열사인 한화케미칼 대표이사로 임명하는 등 그룹 사장단 인사를 예년보다 4개월 이상 앞당겨 실시했다. 김 회장 특유의 속전속결식 사장단 인사는 철저한 성과 중심의 인적 쇄신으로 그룹 임직원의 긴장감을 높이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김 회장은 심경섭 (주)한화 사장과 김창범 한화케미칼 사장 등으로부터 삼성테크윈 등 삼성 계열사 인수 준비 과정에 대한 보고를 들은 뒤 성공적으로 인수를 마무리해 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삼성 계열사 직원의 반발을 고려해 고용 승계 의지를 확실히 전달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상징적인 회장직을 수행하고 있지만 등기이사 복귀를 하지 못하고 있어 ‘반쪽짜리 복귀’라고 볼 수 있다. 김 회장은 ‘대주주’의 지위만 있어 계약 체결 등의 법적 능력이 없는 것과 같다. 김 회장은 파기환송심에서 극적으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지만 현행법이 발목을 잡고 있다. 화약 등 방위산업 전문 업체인 (주)한화는 총포·도검·화약류 단속법에 따라 집행유예 판결이 확정된 사람이 임원을 하면 화약류 제조업 허가가 취소된다. 집행유예 기간이 끝나고 1년이 지나지 않으면 제조업자가 될 수 없다.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확정 받은 김 회장이 5년을 기다리지 않고 대표이사직에 오를 수 있는 방법은 사면이 유일하다. 그래서 김 회장의 설 특사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

< 본 기사는 한국경제매거진 한경BUSINESS 993호 제공 기사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