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동원 규제개혁위원장이 한경 인터뷰에서 “수도권 규제도 국가 전체의 이익을 따져본 뒤 필요하다면 완화해야 한다”고 밝힌 점은 주목할 대목이다. 매우 신중한 표현이었지만 일단 수도권 규제 완화라는 단어를 꺼내들었다는 점만으로도 진일보다. 며칠 전 한덕수 무협회장도 수도권 규제 완화를 역설한 바 있다. 그동안 일종의 금기사항이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다소 변화가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수도권 규제는 지난 수십년간 명분만 그럴듯한, 규제 중의 규제로 이미 판명이 난 것이다. 지금 필요성을 재검토할 한가한 사안도 아니다. 위원장이 보여줘야 할 대목은 바로 수도권 규제 혁파에 대한 의지와 결기다. 수도권정비계획법이란 이름 아래 각종 규제의 족쇄를 채운 지 33년째다. 한 세대 동안 대학이나 연구소 하나 제대로 짓지 못하고 공장의 생산라인 증설도 자유롭게 할 수 없는 상황이 지속돼온 것이다.

물론 그 적폐는 이루 말로 다할 수 없다. 역대 정권마다 이 암덩어리 규제를 풀지 못했다. 심지어 노무현 정권에선 균형발전을 내걸고 국토를 찢어놓았다. 이명박 정권은 인수위 시절부터 수도권 규제 완화를 외쳤지만 결국 규제를 풀지 못했다. 당시 규제개혁 약속을 믿고 투자 검토를 하다 결국 해외로 공장을 옮기거나 투자 계획을 수정한 기업들만 74곳이나 된다고 한다.

지금 수도권은 원래의 목적인 수도권 정비는 고사하고 온갖 난개발만 난무하고 있다. 과밀지역은 더욱 과밀화되고 외곽지역은 낙후되는 불균형 상태인 것이다. 심지어 창고까지 증설이 제한되면서 이는 보통의 소비자들에게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도그마에 빠져 거대한 불모지대가 형성돼 있는 게 오늘의 현실이다. 당연히 갈수록 국내 기업들의 해외탈출이 늘고 있다. 각종 규제를 혁파해 해외 투자를 받아들이는 일본과 중국의 대도시를 들먹일 필요도 없다. 서울 수도권은 지방과 경쟁하지 않는다. 언제까지 오해에 기초한 규제를 지속할 것인가. 혁신도시가 개발되고 있는 지금이 규제를 혁파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