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점장이 곧 CEO"…윤종규의 '실적 마법'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국민은행장(사진)이 21일 취임 한 달을 맞았다. 윤 회장은 특유의 겸손함과 꼼꼼함을 바탕으로 조직을 빠르게 안정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점장을 믿고 맡기는 ‘신뢰경영’이 효과를 발휘, 국민은행의 여신과 수신이 동반 증가세로 돌아서며 리딩뱅크 탈환을 위한 시동을 걸었다. 첫 번째 시험대로 여겨진 LIG손해보험 인수도 눈앞에 다가왔다. 금융계에서는 연말연초로 예정된 임직원 인사에서 외압을 떨쳐낼 수 있을지가 진정한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KB금융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KB금융 주력 자회사인 국민은행의 예금 점유율은 지난해 말 20.9%에서 지난 9월 말 20.4%로, 대출 점유율은 19.6%에서 19.2%로 떨어졌다. 9월 회장과 행장이 물러나기까지 4개월여간 내분이 이어지면서 영업력이 타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지점장이 곧 CEO"…윤종규의 '실적 마법'
윤 회장은 취임하자마자 ‘신뢰경영’을 앞세워 조직 안정과 영업력 회복에 나섰다. “KB금융을 정상화하려면 국민은행이 리딩뱅크로 복귀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행장직까지 맡았다. 그리고 일선 지점장의 권한을 확대했다. 영업점에서 판매할 상품을 본부가 선택, 지시하는 대신 영업점 스스로 선택해 팔게 했다. 비대면(非對面) 보고를 늘리고, 파워포인트(PPT) 보고를 금지하는 등 형식적인 업무 관행도 개선했다. “핵심 비즈니스인 리테일(가계금융) 경쟁력을 제고하겠다”는 메시지도 분명히 했다.

그 결과 영업력이 되살아났다. 국민은행 총수신 잔액은 6월 말 197조1579억원에서 9월 말 196조8907억원으로 2672억원 감소했다가, 지난 18일 201조136억원으로 9월 말보다 4조1229억원 늘었다. 저금리 상황을 감안하면 높은 증가세다.

대출도 증가세로 돌아섰다. 지난 11월 말 주택담보대출은 86조4430억원으로 9월 말(83조7931억원)보다 2조6499억원 늘었다. 이는 3분기 증가액(2조384억원)보다 많은 수준이다. 주택대출 관련 규제가 완화된 영향도 있지만, 빠른 회복세로 다른 은행들로부터 “국민은행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경계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 있다.

○첫 임원 인사서 리더십 검증

말도 많고 탈도 많던 LIG손보 최종 인수에도 바짝 다가섰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KB금융이 17일 발표한 지배구조 개선 방향에 대해 “진일보한 측면이 있다”며 “(LIG손보) 인수에 긍정적인 부분이 더 많아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 당국과 마찰을 빚었던 지주사와 은행 사외이사들이 내년 3월 일괄 퇴진키로 한 것은 윤 회장이 중간에서 비교적 매끄럽게 절충한 결과라는 평가다. 금융위는 오는 24일 회의에서 LIG손보 인수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윤 회장의 리더십을 진정으로 평가할 수 있는 잣대는 연말연초로 예정된 임직원 인사다. 윤 회장이 KB금융의 고질적 문제였던 외압과 청탁을 뚫고 소신 있는 인사를 할 수 있을 것인지가 관건이다. 한 관계자는 “윤 회장이 지주사 사장직 신설 문제와 일부 임원에 대한 당국의 퇴진 압력, 외부 청탁과 내부 채널 갈등 등 인사 문제를 어떻게 푸는지에 따라 리더십이 강화될 수도, 약화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일규/박신영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