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이제 수도권 규제도 국가 전체의 이익을 따져본 뒤 필요하다면 완화해야 합니다.”

서동원 규제개혁위원회 위원장(사진)은 21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수도권 규제도 큰 틀에서 불합리한 것이 나타나면 적극 해소하는 쪽으로 검토해야 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수도권 규제는 서울, 경기, 인천 등의 경제 집중을 막기 위해 수도권정비계획법 등을 통해 대규모 공장 신설과 투자 등 개발을 억제하는 포괄적인 규제를 뜻한다.

경제계에서 꼽는 핵심 규제인 수도권 규제가 완화될 경우 67조원의 추가 투자가 이뤄져 총 14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경기개발연구원은 분석한 바 있다. 하지만 수도권 과밀화 해소와 지역 간 균형성장을 앞세운 여야 정치권의 강력한 반대로 규제완화에 대한 논의 자체가 금기시돼왔다.

대통령 산하 규제개혁위원회를 지난 7월부터 이끌고 있는 서 위원장이 이처럼 민감한 사안을 언급한 것은 그만큼 최근 기업들의 투자심리 위축 및 투자부진이 심각하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규제개혁위원회는 정부의 규제 정책을 심의·조정하고 규제 심사·정비를 전담하는 조직이다. 서 위원장은 공정거래위원회 독점국장, 상임위원, 부위원장 등을 역임한 관료 출신으로 현재 대통령 자문기구인 국민경제자문회의 경제분과위원장도 겸직하고 있다.

그는 수도권 규제 외의 다른 핵심 규제도 실효성을 따져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형마트 등 대규모 유통업체의 의무휴일 지정과 영업시간 단축에 대해선 “큰 기업과 작은 기업의 상생이 목적인데, 대형마트에 납품하는 중소기업의 매출 감소 문제, 소비자 불편 등의 부정적인 측면을 실증적으로 검토해 편익보다 비용이 더 크면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동반성장위원회가 지정하는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대해서도 지금처럼 사전 규제 방식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서로 합의하고 이를 존중하면서 자연스럽게 업종을 조율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지난해부터 공정위 중심으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경제민주화 과제에 대해서도 속도 조절을 주문했다.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 등을 포함해 10개의 경제민주화 법안이 지난해와 올해 잇따라 국회를 통과한 데 이어 내년에도 11개 법안이 국회에 상정될 예정이다.

서 위원장은 “내년에는 경제 활성화에 총력을 다 해야 하기 때문에 잔여 경제민주화 입법 과제는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이미 국회를 통과한 관련 법률도 경제 활성화를 감안해 법 집행을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정부가 올초부터 규제 개혁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고 있지만 국민과 기업의 체감도는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점을 우려했다. 공무원의 의식 전환이 더딘 것을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 서 위원장은 “일부 공무원들이 여전히 갑(甲)의 위치에서 국민을 피규제자로 대하고 있다”며 “규제를 담은 법령을 법의 취지에 따라 해석해야 하는데 문구 자체를 자의적으로 보려는 관행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규제 개혁의 가장 큰 걸림돌로는 합리적인 논의를 막는 과도한 진영 논리를 꼽았다. 의료 교육 금융 등의 경우 경제적 타당성, 절차적 정당성보다는 일부 이익집단의 목소리에 규제가 결정되고 강화된다는 것이다.

세종=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