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쌍꺼풀 수술을 받은 신지애는 “요즘 예뻐졌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며 밝게 웃었다. 신지애는 내년 일본 상금왕을 목표로 잡았다. 정동헌 기자 dhchung@hankyung.com
지난해 12월 쌍꺼풀 수술을 받은 신지애는 “요즘 예뻐졌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며 밝게 웃었다. 신지애는 내년 일본 상금왕을 목표로 잡았다. 정동헌 기자 dhchung@hankyung.com
신지애(26)의 별명은 ‘파이널 퀸’이다. 마지막 라운드에서 유독 강한 모습을 보여 팬들이 붙여준 것이다. 한국 골프를 제패한 뒤 2009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3관왕(신인상·다승왕·상금왕)에 이어 2010년 세계 랭킹 1위에 올랐을 때 사람들은 신지애의 강점으로 ‘정신력’을 꼽았다.

하지만 그에게 골프는 즐거운 일이 아니었다. 사춘기를 건너뛸 정도로 집안의 어려움을 혼자 떠안았던 그에게 골프는 고단한 노동이었고 LPGA는 직장이었다.

“외로웠어요. 화려한 조명과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다가 집으로 돌아오면 공허함이 밀려왔죠. 골프가 진정 나에게 즐거운 일인지 회의가 들기 시작했고 열정을 점점 잃어갔어요.”

내리막은 가팔랐다. 2011년 무승(無勝)에 그치자 주변에서 “왜 우승하지 못하느냐”는 말이 쏟아졌다. 대인기피증이 생겼고 스트레스 때문에 수면제 없이는 잠들 수 없었다. 스윙부터 캐디, 코치까지 다 바꿔봤지만 슬럼프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전환점이 필요했다.부진을 거듭하던 신지애는 지난 1월 LPGA 투어 카드를 반납하고 일본 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에 집중하기로 했다.

“새로운 도전, 자극이 필요했어요. 한국과 미국에서 상금왕을 해봤으니 한·미·일 통합 상금왕을 해봐야겠다는 목표가 생겼습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화려한 과거를 내려놓자 압박감이 줄었어요.”

열정을 되찾은 신지애는 올해 반등에 성공했다. 시즌 4승(상금 4위)을 거두며 한·미·일 통산 40승을 돌파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소득은 골프의 즐거움을 되찾은 것이다. 신지애는 “대회에서 선주 언니(안선주)가 다가와 ‘얼굴이 좋아 보인다’는 말을 건넸다”며 “고기도 먹어 본 사람이 맛을 안다고, 1등의 짜릿함과 즐거움을 새삼스럽게 느꼈다”고 말했다.

도쿄에 집을 구한 신지애는 일본 생활에 크게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다고 했다. 언어·문화적 문제에 대해서는 안선주의 조언을 받았다. 올해는 스폰서가 없어서 흰색 모자를 쓰고 활동했지만 최근 닛산 등 일본 기업들과 후원 계약도 맺었다.

‘비거리가 안 되니까 일본으로 간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선 “전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신지애는 “기록을 살펴보면 LPGA시절 오히려 긴 코스에서 강했다”며 “우드샷에 강점이 있기 때문에 비거리가 약점이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골프가 즐거워지자 여러 가지가 바뀌었다. 외모도 몰라보게 달라졌다. 신지애는 안경을 벗고 지난해 12월 쌍꺼풀 수술을 받았다. 살을 빼고 진한 화장을 하자 주변에서 ‘예뻐졌다’는 칭찬이 늘었다고 한다. 신지애는 “예전엔 경기에 나가기 전 꾸미는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했지만 요즘엔 외모에 신경을 쓴다”며 “동생과 쇼핑도 자주 간다”고 말했다.

결혼 생각이 들어서 외모에 관심이 생긴 것 아니냐고 하자 손사래를 쳤다. 신지애는 “다시 골프에 열정이 생겼고 골프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에 당분간 결혼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내년이면 벌써 프로 10년차가 됩니다. 일본 무대에서 적응을 마쳤으니 내년에는 더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한·미·일 통합 상금왕을 꼭 이루고 싶습니다.”

■ 신지애의 원포인트레슨
“어프로치샷은 주먹 크기 만큼 백스윙 더 해야”


신지애는 장타자가 아니지만 ‘송곳’처럼 정확한 샷으로 공을 홀컵에 붙인다. 그에게 정확한 어프로치샷을 위한 레슨을 부탁했다.

“그린 근처에서 공을 띄우려고 하다 보면 오른쪽에 체중을 싣게 돼요. 의식적으로 체중을 왼쪽에 두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어드레스 때 체중을 왼쪽에 약간 실어주면 안정된 구질이 나올 겁니다.”

아마추어 골퍼들은 거리를 맞추기 위해 스윙을 짧게 하는 경향도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그는 “자신의 백스윙보다 주먹 한 개 크기 정도 클럽을 더 든다고 생각하면 훨씬 안정적인 구질과 거리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어느 정도 실력을 갖춘 골퍼들에게는 자신의 감을 믿어야 한다고 했다. 신지애는 “생각이 많아지면 오히려 그린 근처에서 정확한 샷을 할 수 없다”며 “자신의 감을 믿고 과감하게 샷을 시도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