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은 19일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에 "존중한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히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당내에 '해산까지는 심한 것 아니냐'는 분위기가 깔린 건 사실이지만 노골적으로 헌재 결정을 비판했다가는 '종북 세력을 옹호한다'는 여론의 뭇매를 맞을 수 있어 일정한 거리두기에 나선 것이다.

박수현 대변인은 한참의 지도부 숙의를 거친 뒤 한 브리핑에서 "헌재의 오늘 결정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면서 "그러나 민주주의의 기초인 정당의 자유가 훼손된 것을 심각하게 우려한다"고 밝혔다.

이어 "새정치연합은 통진당에 결코 찬동하지 않는다"고 명확히 선을 그은 뒤 "그럼에도 통진당에 대한 해산 판단은 국민의 선택에 맡겼어야 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브리핑 후 기자들과 만나 "무겁고 진지한 선에서 논의가 됐다.

브리핑은 짧게 했지만 입장을 정하기까지 당의 고민이 깊었다"고 밝혔다.

지도부도 개별 공식 입장은 내지 않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칫 튀는 반응이 나오면 당내 분란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

문희상 비대위원장도 기자들의 반응 요청에 "가장 중요한 헌법적 가치는 정당의 자유를 포함한 결사·사상의 자유인데 앞으로의 상황이 우려된다"며 당의 공식 반응 수위를 넘어서지 않았다.

당은 지난 19대 총선에서 야권 연대를 통해 통진당의 국회 진출을 도운 책임이 새정치연합에 있다는 새누리당의 이른바 '원죄론' 비판에 대해서도 잔뜩 경계했다.

박 대변인은 "이미 통진당은 해산된 당이다.

이를 갖고 과거가 어떠했다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역대 민주당은 선거에서 당 통합이나 정책연대, 선거연대를 통해 기울어진 운동장을 극복해온 전통이 있기 때문에 당시로선 최선의 선택이었다"며 논란 확산을 차단했다.

그럼에도 당내에선 헌재 결정에 따른 민주주의 훼손을 우려하는 목소리들이 잇따랐다.

박지원 의원은 트위터에 "헌재 결정을 존중하지만 정당 해산은 국민의 정치적 판단에 맡겼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적었다.

이틀째 전북을 방문중인 문재인 의원은 지역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가권력이 정당의 해산과 관련해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유권자들 판단에 맡기는 게 원칙이고 바람직한데, 그렇지 못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안철수 의원도 트위터 글에서 "통진당의 활동에 동의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정당 해산 결정이라는 중대 사안은 헌재가 아니라 국민과 유권자가 투표로 심판해야 할 몫이라 생각한다"며 유감을 표했다.

'86세대' 대표 주자격인 오영식 이인영 의원 등도 잇따라 개인 입장 자료를 내 민주주의 후퇴를 우려했다.

김근태계인 민주평화국민연대는 성명에서 "오늘 통진당 해산 선고는 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물로 탄생한 헌재의 존재 이유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성토했다.

한편 새정치연합 내에선 이번 헌재 결정이 야권 재편의 기회로 작용, 제1야당인 새정치연합으로 진보 진영이 쏠리지 않겠느냐는 기대도 흘러나오고 있다.

그러나 제3신당이 출현할 경우 새정치연합으로의 세결집은 한계가 예상된다.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박경준 기자 s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