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어제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을 내렸다. 재판관 8 대 1의 결정이다. 이로써 통진당은 즉각 정당활동이 전면 금지되고 소속 국회의원들은 의원 자격을 상실하게 됐다. 국고보조금과 잔여재산도 두 달 내 환수된다고 한다. 헌재는 통진당이 대한민국에 북한식 사회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내란음모를 벌이는 등 헌법상 민주적 기본질서를 위배했다고 판단했다. 정당의 외피를 입고 합법 단체인 것처럼 위장한 통진당과 종북세력에 대해 헌법적 심판을 내린 것이다.

자유민주주의의 재확인이요, 헌법의 승리다. 주지하다시피 통진당은 북한을 추종하며 반자유민주적 사회 건설을 목표로 삼아 활동해왔다. 그럼에도 판결 전까진 헌재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 우려가 적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그만큼 우리 사회에 자유와 민주주의에 대한 오해와 억측들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탓이다. 개인의 이념, 내면의 자유는 얼마든지 허용된다. 국가가 개인의 생각까지 바꿀 수는 없다. 하지만 공적조직인 정당은 전혀 다른 문제다. 정당은 강령의 실현을 목적으로 하는 정치집단이다. 그 강령이 반자유주의적 국가 건설을 목표로 삼는 것이라면 이는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통진당과 일부 지지세력은 사상과 이념의 자유를 들어 해산 결정이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사상과 이념의 자유가 타인의 사상과 이념을 침해할 자유까지 포함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 연방대법원의 올리버 윈델 홈스 대법관이 “주먹을 뻗을 자유는 상대방 코앞에서 멈춘다”고 웅변한 그대로다. 나치즘을 지지하고, 스탈린주의를 옹호하는 이념이 민주주의일 수는 없다. 자유와 민주적 질서가 자유를 구속하고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이념까지 허용하는 것은 아니다. 독일과 스페인 등에서 나치즘 또는 테러 지지 정당을 해산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문제는 새정치민주연합이다. 새정치연합은 2012년 총선에서 통진당과 연계해 종북세력의 정치질서 진입을 가능케 했고, 최근에도 핵심인사들이 통진당을 옹호하는 행보와 발언을 잇따라 내놨다. 소위 야권 ‘빅 텐트’란 선거공학에 치우쳐 종북세력의 도관(導管) 역할을 해온 것이다. 오랜 자유민주주의 전통을 가진 제1야당이 종북 숙주란 비판을 받는 것은 이해하기도 어렵고 실로 안타까운 일이다. 국민들로 하여금 통진당의 법적 정당성을 오인하게 만든 책임을 통렬히 반성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헌재의 해산 결정을 통진당 측은 ‘민주주의의 사망’이라고 강변한다. 하지만 이번 결정은 ‘민주주의의 수호’다. 자유와 방종을 구분하는 마지노선이다. 그들이 “정당 해산은 전체주의”라고 마음대로 외칠 수 있는 것 자체가 대한민국은 전체주의가 아님을 역설적으로 증명하는 것이다. 북한식 국가에 그런 자유가 있을 리 없다. 국민들도 이 기회에 자유의 가치와 이념을 재인식하는 계기로 삼을 때다. 우리 사회에 횡행하는 반자유주의적 이념과 사상이 한꺼번에 해소될 순 없을 것이다. 하나씩 바로잡아 나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