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대출 중도상환수수료 내린다
국민 우리 하나은행 등 국내 주요 은행이 주택담보대출 중도상환수수료율을 1.5%에서 1.2~1.3%까지 인하하기로 했다. 내부 검토를 거쳐 내년 초부터 낮아진 수수료율을 적용할 방침이다. 다른 은행들도 비슷한 수준에서 따라갈 것으로 관측된다. 저금리 기조 속에 중도상환수수료를 내리게 돼 은행들의 수익성은 악화될 것이란 분석이다.

◆1억원 중도상환 때 30만원 절감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 우리 하나은행 등은 개인과 기업대출의 중도상환수수료율을 내년 초부터 일제히 내릴 계획이다. 인하 폭은 개인의 주택담보대출은 0.2~0.3%포인트, 신용대출은 최대 0.7~0.8%포인트로 전망된다. 기업 대출도 0.2~0.3%포인트 인하를 검토하고 있다. 중도상환수수료율은 은행마다 편차가 있지만 대부분 1.5%를 적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주택담보대출을 1억원 받은 사람은 지금까지 150만원의 중도상환수수료율을 물어야 했지만, 앞으로는 30만원 적은 120만원(수수료 1.2% 적용 시)을 내면 된다. 중도상환수수료는 대출받은 기업이나 개인이 대출금을 미리 갚을 경우 은행이 물리는 일종의 벌금이다.

개인 신용대출 중도상환수수료는 더 큰 폭으로 내려간다. 현재 국민은행은 개인 신용대출에 대해 은행권에서 가장 낮은 0.7%의 중도상환수수료율을 적용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국민은행에 근접한 수준으로, 하나은행은 주택담보대출과 비슷한 1.2~1.3%까지 인하할 예정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수수료율을 1.2~1.3%로 정한 수치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고심 중”이라며 “처음엔 은행마다 인하 폭이 다를 수 있지만 경쟁이 워낙 치열해 오래지 않아 비슷한 수준으로 맞춰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정부 가계부채 관리 의지 반영

금융당국은 지난해부터 은행들에 중도상환수수료율 인하를 압박해 왔다. 1000조원이 넘는 가계부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다. 근저당 설정비가 없어진 상황에서 중도상환수수료율까지 낮아지면 대출받은 사람들이 낮은 금리의 상품으로 갈아타기가 수월해진다는 판단이다.

은행들이 신용대출과 담보대출을 차등화하기로 한 것은 형평성을 감안한 조치다. 담보대출은 은행이 근저당 설정비를 부담해야 하지만 신용대출은 조달비용과 인건비를 제외하면 별도로 부담하는 비용이 없다.

고정금리와 변동금리 대출 수수료율도 달라진다. 고정금리 상품은 은행이 금리변동 위험을 감수하지만, 변동금리 상품은 기준 금리가 바뀔 때마다 대출상품 금리도 따라 바뀌기 때문이다. 변동금리의 중도상환수수료율이 더 낮아야 한다는 논리다.

결과적으로 은행들의 중도상환수수료 수입은 줄어들 것으로 추정된다. 은행권 전체의 지난 한 해 중도상환수수료 수입은 3700억여원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은행권의 중도상환수수료 수익이 700억원 넘게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