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헤지펀드 출범 3년, 시장 12배로 급성장…고액 자산가들 1인당 13억씩 투자
2011년 12월 출범한 한국형헤지펀드가 3년 만에 2조6000억원 규모 시장으로 12배 넘게 급성장했다. 장기 박스권에 갇혀 있는 증시에서도 안정적인 성과를 쌓아온 덕분에 기관은 물론 개인 고액 자산가들의 투자 수단으로 빠르게 자리매김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대부분 투자자산이 국내 주식인 점과 ‘롱쇼트 전략(저평가 주식을 사고 고평가 주식을 공매도)’에만 치우쳐 있는 점은 개선해야 할 과제로 지적됐다.

◆3년 새 12.5배 성장

금융투자업계 집계(17일 기준)에 따르면 32개 국내 헤지펀드 설정액은 2조6043억원을 나타냈다. 2011년 말 출범 초기 2000억원 수준에서 3년 새 12배 넘게 불어났다. 지난 3년간 운용 성과도 2012년 3.8%에서 2013년 10.6%, 2014년(11월 말) 4.8%로 시장 변동성 대비 안정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올해도 코스피지수는 -5%(17일 기준)로 주저앉았지만 헤지펀드는 3.93%의 평균수익률을 기록해 시황에 관계없이 꾸준히 수익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주식형펀드(-6.92%)를 크게 웃도는 성적이다.

개별 펀드로는 후발주자인 브레인자산운용의 ‘브레인백두’가 설정액 3046억원 규모로 가장 크다. 성과 역시 2012년 9월 설정 이후 17일 현재까지 누적수익률 47.16%로 가장 높다. 국내 헤지펀드 시장 출범과 함께 설정된 ‘삼성H클럽 에쿼티헤지’(2868억원) ‘미래에셋스마트Q오퍼튜니티’(1775억원) 등도 꾸준한 성과를 지속해 각각 26.44%, 19.10%의 누적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개인 ‘큰손’ 고객 3배 증가

헤지펀드 주요 고객이 기관투자가에서 개인투자자로 급속히 확대되고 있는 점은 주목할 대목이다. 박스권 증시에서도 헤지펀드가 금융시장 영향을 덜 받으면서 견조한 성과를 낸 덕분에 개인들의 관심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개인투자자 비중은 11월 말 21.4%로 2012년 말(6.5%)보다 3배 이상 증가했다. 개인투자자 1인당 평균 투자금액은 13억원으로 집계됐다.

헤지펀드가 지난 3년간 양적으로 급성장했지만 운용 전략에서 주식의 롱쇼트 전략에만 쏠려 있는 점과 자금 운용이 여전히 국내 자산에 집중된 점은 한계로 지적됐다. 현재 국내 주식과 채권에 대한 투자 비중이 63.8%인 반면 해외 주식 비중은 1.7%에 불과하다.

운용 전략도 점차 다변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헤지펀드의 절반이 롱쇼트 전략을 위주로 한다. 이는 펀드 간 경쟁 심화로 헤지펀드 성장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롱쇼트 전략에 따라 헤지펀드의 주식 공매도 등 차입 규모는 1조7000억원으로 3년 전보다 2.4배(1조2000억원) 늘었다.

장준경 금감원 자산운용감독실장은 “헤지펀드가 성장을 지속하려면 자산운용사의 전문성이 강화돼야 한다”며 “롱쇼트 위주의 전략을 넘어 다양한 전략을 활용하는 것은 물론 국내 주식 위주의 투자에서 해외 투자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안상미/허란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