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2월18일 오후 4시 56분

[마켓인사이트] 금감원, 주식 부당거래 농협銀 조사
농협은행이 지난해 STX그룹에 빌려준 대출금을 회수하기 위해 당시 채권단만 알 수 있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대규모 손실을 회피한 정황을 금융당국이 포착했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농협은행과 (주)STX의 미공개 정보 이용 혐의에 대해 실무조사를 끝내고, 해당 안건을 다음달 금융위원회 산하 자본시장조사심의위원회와 증권선물위원회에 차례로 올려 징계 여부를 논의하기로 했다.

금감원은 (주)STX가 지난해 10월8~18일 팬오션 보유 주식 3700만주(17.99%)를 집중 매도한 배후로 해당 주식을 담보로 잡고 있던 농협은행을 지목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이 벌인 팬오션 실사 결과 감자가 불가피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농협은행이 “담보로 잡은 주식의 가치 하락이 우려되니 빨리 주식을 팔고 예금을 담보로 달라”고 요청했다는 것이다.

농협銀 반발…"STX가 자체판단 따라 매각"

당시 최대주주였던 (주)STX의 대량 매도 여파로 팬오션 주가는 급락했다. 10월25일에는 팬오션이 대주주 지분에 대한 10 대 1 감자 결정을 발표했다. (주)STX가 농협은행이 담보로 잡은 팬오션 주식을 전량 매도한 지 1주일 만에 감자 사실이 공개된 것이다. (주)STX가 지분을 매각하기 직전인 10월7일 2050원이었던 주가는 최대주주 대량 매도와 감자 발표로 인해 11월26일 762원으로 추락했다.

(주)STX가 감자 발표 전 주식을 판 덕분에 농협은행은 대규모 손실을 피할 수 있었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팬오션 주식을 팔지 않았다. 산업은행은 팬오션 지분 15%가량을 들고 있었고, STX조선해양과 STX엔진이 보유한 팬오션 지분 8.5%를 담보로 잡고 있었다.

업계 관계자는 “감자 계획을 모른 채 (주)STX가 매도한 팬오션 지분을 사들인 투자자들은 이후 실시된 감자로 큰 손실을 입었다”며 “농협은행이 담보가치가 떨어지기 전에 주식을 팔도록 유도했다면 미공개 정보 이용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자본시장법은 회사의 미공개 정보를 접할 수 있는 내부자가 주식매매를 목적으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할 경우 민사상 책임은 물론 형사처벌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금감원은 당시 채권은행도 법정관리 상태였던 팬오션의 내부 정보를 들여다볼 수 있었던 만큼 미공개 정보 이용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농협은행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법정관리에 들어간 기업의 대주주 지분이 감자될 가능성이 높다는 건 미공개 정보가 아닌 상식에 가깝다”며 “주식 가치가 하락하자 내부 규정에 따라 (주)STX에 팬오션 지분을 처분할지를 판단하라고 했고, (주)STX가 자체 판단에 따라 매각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권은 이번 금감원 조사 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회사는 내부 규정에 따라 돈을 빌려준 기업의 부도위험이 높아지면 채권 회수를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의무가 있다”며 “은행이 대출기업의 부도위험이 높아진 걸 알면서도 회수에 나서지 않을 경우 배임 등 다른 문제가 불거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오상헌/하수정/김일규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