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18일 정치권의 인적 쇄신 요구에 대해 “여론을 잘 듣고 있다”고 했다. 청와대가 인적 쇄신과 관련해 공식적인 의견을 내놓은 것은 ‘문건 유출 사고’ 이후 처음이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개각이나 인적 쇄신 이야기가 나오는데 내부 분위기는 어떠냐’는 질문에 “어제의 답변(그런 움직임을 알고 있지 못하다)을 다시 해야 한다”고 전제한 뒤 “그렇다고 (청와대가) 쇄신 요구에 대해 귀를 닫는다는 것은 아니다”고 답했다. 이어 “여러 사람이 제시하는 쇄신안과 언론에서 제시하는 의견에 대해 눈여겨보고 있다”고 말했다.

민 대변인이 전날까지 인적 쇄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그런 움직임을 알지 못한다”는 답변만 반복한 것과는 다른 반응이다. 정치권에서는 청와대가 비서진과 내각 개편을 준비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문건 유출 사고와 관련한 검찰 조사가 마무리된 후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 동력을 회복하기 위해 인적 쇄신을 단행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내년 초 정부 부처에 대한 업무평가 결과가 나오면 이를 반영해 중폭 이상의 개각을 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인적 쇄신 대상으로는 정홍원 국무총리와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 등이 거론된다. 정 총리는 세월호 침몰 사고 직후 사의를 표명했지만, 이후 총리 후보자 두 명이 낙마하면서 유임됐다. 김 실장은 청와대 내부 문건이 유출됐다는 사실을 파악하고도 제대로 대처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일부 장관과 수석비서관도 교체 대상에 이름이 오르내린다.

‘문고리 권력 3인방’으로 불리는 이재만 총무비서관,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의 교체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문건 파동의 핵심 당사자라는 점에서 교체될 수도 있지만, 박 대통령의 신뢰가 워낙 두터워 현재 위치를 유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 대통령이 국면 전환용 인사에 부정적이라는 점을 들어 중폭 이상의 인사가 있을 가능성은 낮다는 의견도 있다. 청와대 내부 인사들은 “내년은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이 시작되는 해이자 전국 단위 선거가 없는 마지막 해인데, 인사로 시간을 까먹기에는 아깝다”는 반응이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