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fintech)’ 활성화를 위해 금융감독원의 사전 보안성 심의제도가 폐지된다. 은행이나 카드사 등이 핀테크 업체들의 신기술을 도입하기 전에 자체적으로 충분히 안전성을 검토하고 나중에 사고가 발생하면 무거운 책임을 묻는 방식으로 규제 틀이 크게 바뀐다.

○“보안·사업성 평가는 시장에서”

핀테크 新기술 가로막는 '보안성 심의' 없앤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이 같은 방향의 ‘정보기술(IT)·금융 융합 지원방안’을 내년 초 발표한다. IT와 금융을 접목해 지급결제, 송금, 자산관리 분야 등에서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핀테크 업체들이 보안성 심의 문턱을 넘지 못해 좌절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지난달 정부와 민간이 함께 구성한 IT·금융융합협의회 논의 결과 등을 반영해 사전 보안성 심의를 폐지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고 말했다. “사전 심의로 규제하기보다 이익 당사자인 민간회사들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게 타당하다”는 설명이다.

보안성 심의제도를 폐지하면 핀테크 업체들은 은행이나 카드사와 업무협의하기가 한결 수월해진다. 금융권 관계자는 “핀테크 업체들이 은행이나 카드사에 기술을 보여주면 일단 금감원의 보안성 심의를 받아오라고 한다”며 “자금력이 떨어지는 신생기업(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들에는 사실상 불가능한 요구”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전자금융업자에게만 보안성 심의를 해주는데 전자금융업자로 등록하려면 최소 10억원의 자본금이 필요하다. 당장 개발비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는 회사들이 구하기 힘든 돈이다. 더구나 보안성 심의만 통과하면 사업을 함께하겠다고 보장해주는 금융회사도 없다.

○민간 금융사 자율심사로 갈 듯

보안성 심의제도가 폐지되면 민간회사가 기능을 대신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미국은 비자 마스터카드 같은 회사들이 협회를 만들고 자체적으로 보안성 점검과 표준기술 결정 등을 한다. 금융당국은 비영리 사단법인인 금융보안연구원 등이 이런 역할을 해 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민간이 보안성 심의를 하게 되면 핀테크 업체들은 전자금융업자로 등록하기 위한 자본금이 없어도 된다.

금융당국은 또한 금융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금융회사들이 금융거래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을 조속히 구축하고 고도화하도록 지도하겠다는 계획이다. 개인정보보호 보안 강화를 위한 법규도 마련한다. 정부 규제로 핀테크 산업이 발전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들인 결과다.

스마트폰 간편결제 개발업체인 한국NFC의 황승익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 콘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인터넷·모바일 뱅킹과 금산분리’ 심포지엄에서 “국내 모바일 쇼핑시장은 연 200% 성장해 올해만 12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각종 규제로 핀테크 기술은 중국보다 2년 정도 뒤처진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박종서/김일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