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스탄 서쪽 작은 도시인 악타우에 있는 아리스탄 광구. 올해 4월부터 원유 생산을 시작했으며 현재 기준 매장량은 5350만배럴로 한국석유공사는 추정하고 있다. 석유공사 제공
카자흐스탄 서쪽 작은 도시인 악타우에 있는 아리스탄 광구. 올해 4월부터 원유 생산을 시작했으며 현재 기준 매장량은 5350만배럴로 한국석유공사는 추정하고 있다. 석유공사 제공
한국석유공사는 공기업 해외자원 개발사업의 대표적 실패 사례로 꼽히며 최근 정치권으로부터 뭇매를 맞았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 캐나다의 석유개발업체 하베스트사와 정유공장인 날(NARL)을 총 40억6500만캐나다달러에 사들였다가 지난달 날을 9730만캐나다달러에 매각하면서 15억5200만캐나다달러의 손실을 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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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지난 9일 찾은 카자흐스탄 망기스타우주(州)의 소도시 악타우 내 아리스탄 광구. 석유공사는 2009년 아리스탄 광구와 함께 여기서 북쪽 250㎞에 있는 쿨잔 광구를 총 3억6100만달러에 인수했다.

두 광구를 관리하는 현지법인의 석유공사 지분은 85%며 나머지는 카자흐스탄 회사가 갖고 있다. 석유공사는 지분투자만 한 게 아니라 시추와 생산까지 하는 운영권자다.

아리스탄과 쿨잔 광구는 석유공사가 카자흐스탄에서 2005년부터 총 13억6000만달러를 투자해 사들인 8개 광구 중 두 개다. 아리스탄 광구(추정 매장량 5530만배럴)는 올해 4월부터 하루 6561배럴의 원유를 생산하고 있다. 쿨잔 광구(매장량 620만배럴)의 하루 생산량은 2728배럴.

신석우 석유공사 카자흐스탄법인장은 “올해 아리스탄·쿨잔 광구에서 1억5600만달러의 매출과 2200만달러의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두 광구를 포함해 카자흐스탄 8개 광구에서 올해 총 5억3700만달러의 매출과 1억5400만달러의 영업이익을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올해 8개 광구에서 예상되는 평균 영업이익률은 29%에 이른다.

석유공사는 베트남 광구에서도 수익을 내고 있다. 베트남 남부 도시 붕따우에서 150~350㎞ 떨어진 해상 광구에서 석유와 가스를 채굴해 투자금을 모두 회수했다. 75% 지분을 갖고 운영권자로 사업을 하는 11-2광구에는 4억7700만달러를 투자해 지난 10월 말 현재 4억9500만달러를 거둬들였다. 석유공사의 카자흐스탄과 베트남 광구 사례로 확인했듯 해외자원 개발사업이 전부 실패작은 아니다. 정부와 정치권이 자산매각 등 자원개발 구조조정으로만 내몰다 보니 “한국은 패를 다 공개하고 앉아있는 꼴”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은 정부의 정책 부침이 심해 글로벌 자원시장에서 (광구 개발권 등을) 살 때도 ‘호구’, 팔 때도 ‘호구’ 같다는 것.

이명박 정부는 해외자원 개발 사업에 투자하라며 에너지 공기업의 투자시한을 정했고, 박근혜 정부는 부채 감축을 위해 해외자원 개발 자산을 매각하라며 매각시한을 정하는 바람에 자원시장에서 한국 공기업들의 협상력이 아예 사라졌다는 것이다.

신 법인장은 “이달 초 중국 자원공사 직원들이 석유공사의 카자흐스탄 사무실을 방문해 우리 자산을 인수하고 싶다며 자료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 공기업들이 한국 공기업들의 상황을 잘 알고 자산가격이 싼 지금 더 공격적으로 투자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재후 경제부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