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 도서정가제가 오는 20일로 시행 한 달을 맞는다. 서점을 찾은 독자들이 책을 고르고 있다. 연합뉴스
개정 도서정가제가 오는 20일로 시행 한 달을 맞는다. 서점을 찾은 독자들이 책을 고르고 있다. 연합뉴스
모든 책의 할인 폭을 최대 15% 이내로 제한하는 개정 도서정가제가 지난달 21일 시행된 이후 신간 발행 종수가 줄어들고 책값(정가)이 떨어지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새 제도 시행에 따라 할인 폭이 축소됐지만 당초 출판업계가 우려했던 ‘소비 절벽’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간 줄고 책값 13% 하락…'소비 절벽'은 없었다
17일 교보문고에 따르면 이달 1~16일 발행된 신간은 1591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991종)에 비해 20.1% 감소했고, 이들 신간의 평균 정가는 1만4185원으로 전년 동기(1만6415원) 대비 13.6% 하락했다.

출판업계에서는 새 정가제 시행으로 출판시장이 불투명해지자 출판사들이 눈치를 보며 신간 발행을 미루면서 출간 종수가 줄어든 것으로 보고 있다. 이후 출판시장이 안정된다면 신간 종수는 예년 수준을 회복할 것이란 분석이다. 반면 책값 하락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출판사들이 할인 폭 축소에 따른 소비자의 가격 저항을 의식해 고급지를 모조지로 바꾸거나 판형을 줄이는 등 원가 절감을 통해 신간을 기존보다 낮은 가격에 내놓고 있어서다.

실제로 신간 월별 평균 정가는 지난 9월까지는 전년과 비슷한 수준이었으나 새 정가제 시행에 따른 출판 시장 불안 우려가 가시화된 지난 10월엔 20.5%(이하 전년 동월 대비), 지난달엔 22.7% 각각 떨어졌다. 이 기간에 위즈덤하우스는 만화 ‘미생’ 보급판 세트를 기존 일반판 세트(9만9000원)보다 30% 싼 7만2000원에 내놨고 부키는 장하준 교수의 저서 ‘나쁜 사마리아인들’과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보급판을 기존 책보다 30% 저렴한 9800원에 출간했다.

박윤우 부키 대표는 “이전에 1만5000원에 나오던 실용서들이 요즘엔 1만2000~1만3000원에 출간되고 있다”며 “정가제 적용을 받지 않던 책들의 가격은 정상화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성민 글항아리 대표는 “정가제 시행 이후 가격 압박을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지금 만들고 있는 책도 컬러도판을 2도 인쇄로 바꾸는 식으로 예전보다 2000~3000원 낮춰서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개정 정가제 시행 이후 지난 10일까지 20일간 교보문고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8% 감소했다. 오프라인 영업점 매출은 0.8% 떨어진 반면 인터넷 교보문고 매출은 2.4% 줄어들어 온라인 부문 감소 폭이 컸다. 전체 판매권수는 5.6% 줄어들었다. 국내 최대 온라인서점 예스24의 매출(11월21~12월16일)은 전년 동기 대비 6.0% 줄어들었다. 판매 권수 기준으로는 17.8% 감소했다. 판매 권수보다 매출 감소 폭이 적은 것은 온라인 서점에서 성행하던 ‘반값 할인’ 판매가 금지되면서 평균 책 구매단가가 높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백원근 한국출판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온라인 서점 매출이 감소한 것은 ‘과당 할인’ 판매가 없어졌기 때문”이라며 “전체적으론 할인 폭이 4%포인트 정도 줄어든 것 말고는 크게 바뀐 게 없어 소비자들은 기존 구매 패턴대로 책을 사고 있기 때문에 큰 차이가 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서점 매출이 전체적으로 감소한 것은 개정 도서정가제보다는 출판시장의 장기 불황 요인과 실물 경기 위축 영향이 더 크다”고 덧붙였다.

송태형/박상익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