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타 조지 日DC형기업연금연구소 이사장 "공적연금 고갈에 대비를…투자·연금교육 확대해야"
한국이 일본식 장기 불황의 전철을 밟고 있어 베이비붐 퇴직자들 삶의 질이 더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하타 조지 일본 DC형기업연금종합연구소 이사장(68·사진)은 16일 인터뷰를 하고 “일본이 25년간 겪어온 거품 붕괴의 수순을 한국이 답습하고 있다”며 “이미 불황 국면으로 들어섰다”고 진단했다. 연금 및 노후설계 분야의 권위자인 그는 이날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트러스톤자산운용 주최로 열린 연금교육포럼 발족기념 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하타 이사장은 “한국은 수출의존형 경제 구조를 갖고 있는데 기초체력 이상으로 원화 강세가 진행돼 왔다”며 “빠른 고령화에다 원유 등 상품가격 하락 요인까지 겹치면서 내수침체 압력이 고조되고 있다”고 말했다.

저성장·고령화로 인해 한국의 국민연금도 고갈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는 만큼 소비자들이 사적연금을 통해 노후를 준비해야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하타 이사장은 “일본에선 거품 붕괴 후 연금제도가 흔들리자 공적연금의 지급개시 연령을 늦추는 한편 정년퇴직 나이를 만 65세로 연장했다”며 “고령자 사이에서 불안 심리가 급속히 확산됐다”고 회상했다. 그는 “젊은 사람들은 퇴직연금 개인연금 등 사적연금에 일찍부터 가입해 노후를 준비하는 방법 외에 대안이 없다는 점을 깨닫고 있다”고 했다.

하타 이사장은 “확정기여형(DC형) 퇴직연금 제도가 성공적으로 뿌리내리려면 기업과 비영리 단체들이 투자 및 연금 교육을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며 “펀드가 도박이란 부정적 인식부터 버리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적연금에 가입할 때 원금보장형 상품 위주로 선택하면 매년 물가상승률만큼 손해 볼 수 있다는 점을 모르는 사람도 많다”며 “기업들이 수시로 노후준비 교육을 하는 것만으로도 애사심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조언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