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생활의 마지막 후원사로 하나금융그룹을 만난 박세리. 그는 “든든한 후원사를 만나 새로운 출발점에 선 기분이 든다”며 “신인이 된 기분으로 내년 시즌을 맞이할 것 같다”고 말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선수 생활의 마지막 후원사로 하나금융그룹을 만난 박세리. 그는 “든든한 후원사를 만나 새로운 출발점에 선 기분이 든다”며 “신인이 된 기분으로 내년 시즌을 맞이할 것 같다”고 말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2016년 브라질 올림픽 국가대표 감독으로 뛰고 싶습니다.”

한국 선수 유일의 미국 LPGA투어 ‘명예의 전당’ 회원인 박세리(37)가 이 같은 꿈을 펼쳐 보였다. 선수 생활의 마지막 후원사로 하나금융그룹을 만난 박세리는 16일 서울 을지로 외환은행 본점에서 열린 후원 조인식에 앞서 한국경제신문과 단독 인터뷰를 하고 이같이 말했다. 그는 “신인으로 돌아간 기분이 들어 내년 미국 투어에서 다승왕에 도전하고 싶다”며 “남은 2년간 ‘커리어 그랜드슬램’(생애 통산 4대 메이저 우승) 달성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박세리가 한경 독자들에게 보낸 친필사인.
박세리가 한경 독자들에게 보낸 친필사인.
박세리는 2016년 하나·외환챔피언십을 끝으로 아마추어와 프로 시절을 통틀어 26년간의 선수 생활을 접고 은퇴할 계획이다. 박세리는 “2년 뒤 하나·외환챔피언십이 고별전이 될 것”이라고 은퇴 시점을 못박았다. 박세리는 2002년 시작된 하나·외환챔피언십(당시 CJ나인브릿지클래식) 초대 챔피언에 오른 인연이 있다.

박세리는 1991년 중학교 2학년 때 아마추어 대회에 처음 출전하며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대회 출전 1년여 만인 이듬해 아마추어 신분으로 라일앤스코트여자오픈에서 첫 승을 올리며 세상을 놀라게 했다. 박세리는 아마추어 신분으로 프로 대회에서 6승을 올렸다. 프로 데뷔 첫해인 1996년에만 4승을 추가했고 이듬해 2승을 올린 뒤 1998년 미국 LPGA투어에 진출했다. 미국에서는 메이저대회 5승을 포함, 25승을 수확했다. 프로 무대에 선 지 올해로 만 23년. 박세리는 그동안 미국과 한국에서 총 39승을 올렸다.

2007년 명예의 전당에 입회한 박세리에게 남은 과제는 커리어 그랜드슬램이다. 박세리는 US여자오픈, LPGA챔피언십(3회), 브리티시오픈 등 3개 메이저대회 우승컵을 안았다. 나비스코챔피언십(내년부터 ANA인스퍼레이션), 에비앙챔피언십 가운데 한 번만 우승하면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게 된다.

박세리는 은퇴 직전 첫 골프 올림픽에서 감독으로 활약하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선수로 출전 자격을 획득한다 해도 후배에게 양보하고 감독 역할을 하고 싶다”며 “팀 경기는 동료 선수들과 호흡을 맞춰야 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은퇴 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발전에도 헌신하고 싶다고 했다. 박세리는 “제 이름을 내건 대회를 시작한 것도 선수들을 위한 대회를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라며 “은퇴 후에도 KLPGA투어의 모범이 되는 대회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세리는 미 투어에서 은퇴한 안니카 소렌스탐(44·스웨덴), 지금도 현역으로 뛰고 있는 캐리 웹(40·호주)과 ‘빅3’를 형성했다. 웹과는 어떻게 지내느냐고 했더니 “말하지 않아도 서로 눈빛만 보면 통하는 사이”라며 “왕성하게 활동하는 것만으로도 서로에게 힘이 된다”고 했다. 결혼 계획을 묻자 일단 큰 웃음부터 터뜨렸다.

“좋은 사람이 있으면 하고 싶지만 쉽지가 않네요. 제가 일반인이 아니다보니 상대 쪽에서 부담을 갖는 것 같아요. 주변 분들도 좋은 사람 소개해준다고 해놓고 감감무소식이고…. 자기 일을 성실하게 하는 분 어디 없나요.”

박세리는 다시 태어나도 골프선수를 하겠느냐는 물음에 “남자로 태어나 PGA투어에 도전해보고 싶다”며 “남자 대회의 코스를 경험해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고 답했다.

지난 7월 브리티시오픈 때 어깨 부상을 당한 박세리는 김효주, 백규정 등 내년부터 미국에서 뛰는 신인들에게 ‘몸 관리’를 당부했다. “선수 생활을 하면서 몸 관리가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오랜 기간 선수로 뛰려면 부상을 방지하면서 지속적으로 체력관리를 해줘야 합니다. 미 투어에서 뛰는 많은 선수들이 우승을 못하는 것도 오랜 타국 생활에 지치고 대회장을 오가는 생활이 너무 힘들기 때문이죠.”

박세리는 지금도 부친 박준철 씨와 스윙을 교정하고 있다. 그는 “최대한 간결한 스윙을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아버지와 스윙을 점검한다”고 했다. 인터뷰를 마치며 아마추어 골퍼들을 위해 ‘원포인트 레슨’을 부탁했더니 이렇게 조언했다.

“아마추어 골퍼들이 연습 없이 잘 치려고 해서는 안 돼요. 레슨을 통해 기본기를 익히고 기본에 충실하면서 연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