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Biz] 中 3대 로펌 "한국 지사 설립 검토"…한국 로펌 '긴장'
중국 초대형 로펌들이 한국 진출을 적극 모색하고 나섰다. 법률시장 개방으로 영미권 로펌이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을 잠식하는 상황에서 중국이 가세할 경우 로펌시장 판도에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아시아 1위 로펌으로 평가되는 중국 킹&우드 멜리슨스 법률사무소의 두후이리 대표변호사는 최근 베이징에서 한국경제신문 기자와 만나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타결을 계기로 한국에 대표사무소를 내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현재는 중국 로펌이 한국에 사무소를 낼 수 없지만 한·중 FTA에 이를 허용하는 내용이 담겼다.

아시아에서 규모가 가장 큰 다청의 왕쥐안 대표변호사와 전문성에서 아시아 최고 수준인 중룬의 우펑 대표변호사도 “내년부터 한국 로펌과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대표사무소 설립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중국 법률시장이 매출 기준으로 전년 대비 매년 20~30% 성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왕 대표는 “지금까지는 주로 중국 내 업무를 통해 성장했는데 이제 해외 업무를 강화할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 한국 로펌 입장에서는 중국 로펌의 한국 진출은 강력한 경쟁 상대의 등장이다. 중국과 한국은 문화적 유사성으로 서로 접근하기 쉽다. 지리적으로도 베이징에서 서울까지 비행기로 두 시간이면 충분한 거리다.

미국 유력 법률 전문지 ‘아메리칸 로이어’가 지난 9월 발표한 바에 따르면 다청, 킹&우드, 중룬의 변호사 수는 각각 3681명(세계 3위), 2596명(6위), 976명(45위)이다. 이들 세 곳만 합쳐도 한국 전체 변호사 수의 3분의 1이다.

이런 우려를 의식한 듯 중국 로펌 대표들은 “한국 로펌과는 경쟁보다 주로 협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왕 대표는 “법무법인 세종 등 한국 로펌들과 면담하면서 한국 시장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협력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 대표도 “한국 로펌은 한국법에 대해 컨설팅하고 중국 로펌은 중국법을 자문하기 때문에 양측의 업무 영역이 겹치지 않는다”며 “두 나라의 법률사무를 연계해 처리하는 경우가 많아 경쟁보다 협력 기조로 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 대표는 “한국 로펌을 두 곳 이상 골라 의뢰인에게 추천하고 의뢰인이 고르는 방식으로 협력 파트너를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중국 로펌들이 우선 염두에 둔 분야는 중국 투자자의 한국 진출 업무(아웃바운드)다. 지난해와 올해를 비교하면 이와 관련한 문의가 두 배 이상 늘었다는 게 킹&우드와 다청 관계자의 전언이다.

두 대표는 “올해는 특히 한국 금융자산 쪽에 관심을 보이는 중국 기업이 늘었고 엔터테인먼트나 첨단기술 쪽도 꾸준히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

왕 대표는 “최근 2~3년 사이 제주도 부동산과 엔터테인먼트 투자 컨설팅을 많이 했다”고 설명했다. 우 대표는 “양국 간에 발생한 통상마찰 업무를 중룬이 80% 이상 맡아 수행해 이 분야에서 노하우를 쌓았다”고 말했다.

영국의 유력 법률시장 평가기관 ‘체임버스 앤드 파트너스’의 올해 초 발표에 따르면 중룬은 인수합병(M&A) 등 16개 분야에서 1등급(band 1)이 나와 중국 로펌 중에서 가장 많았고, 킹&우드는 14개 분야로 두 번째였다.

이들 중국 로펌의 한국팀장은 모두 한국인 변호사가 맡고 있다. 킹&우드는 김보형 미국변호사와 이석호 미국변호사가 각각 베이징과 상하이에서 한국팀을 이끌고 있다. 다청에서는 김기열 한국변호사가, 중룬에서는 강철 중국변호사(중국 동포)가 한국팀장을 맡고 있다.

베이징=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