低유가 '블랙스완'에…까맣게 속태운 러·브
원유와 원자재 가격 급락으로 러시아와 브라질 관련 펀드들이 된서리를 맞았다. 자원부국의 약점이 드러나면서 증시가 주저앉고, 통화가치도 절하된 탓이다. 원자재에 간접 투자하는 펀드 수익률도 ‘마이너스’를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원금 반 토막 펀드 ‘수두룩’

16일 펀드평가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1개 러시아 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평균 -36.63%로 나타났다. 우크라이나와의 분쟁, 유럽과 미국의 금융제재, 유가 하락 등의 악재가 잇달아 시장을 강타한 결과다. 러시아 대표 주가지수인 RTS지수는 올 들어 지난 15일까지 49.73% 하락했다. ‘JP모간러시아’(-39.53%) ‘미래에셋러시아업종대표’(-39.52%) 등도 올해만 투자 원금의 40%가량을 까먹었다.

13개 브라질 펀드들의 성적표도 우울하다. ‘미래에셋브라질업종대표’(-16.44%) ‘신한BNPP브라질’(-14.26%) 등 주요 펀드들이 올 들어 10% 이상 손실을 냈다. 설정 후 누적 수익률을 따지면 원금이 반 토막 아래로 줄어든 상품도 수두룩하다. 브라질 주가지수인 보베스파지수는 정책 기대감에 지난 9월까지 상승세를 보였지만, 국제유가 하락과 경기침체 우려로 최근 석 달 새 23.96% 고꾸라졌다. 브라질국채 투자자들도 울상이다. 원화 대비 헤알화 가치가 연초 대비 10% 이상 추락해서다. 브라질채권은 환헤지가 이뤄지지 않는 상품으로 헤알화 가치 하락 폭에 비례해 손실이 커진다.

원자재에 투자하는 펀드 중에도 ‘원금 반 토막’ 상품이 속출하고 있다. ‘블랙록월드광업주’는 올 들어 21.70%의 손실을 냈다. 지난 5년간 누적 수익률은 -44.58%까지 빠졌다. ‘JP모간천연자원A’도 마찬가지다. 올해 18.52%의 손실을 낸 것을 포함, 최근 5년간 원금의 53%를 날렸다.

◆투기성 상품으로 변질

전문가들은 러시아와 브라질 증시가 더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한다. 원유와 원자재 가격이 언제 회복될지 기약이 없어서다. 내년엔 미국 금리가 오를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신흥국 자금의 미국 이탈이 가속화될 수 있다.

안기태 우리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러시아 펀드와 관련, “원유값이 떨어진 데다 유럽과의 갈등도 이어지고 있는 만큼, 러시아의 경기가 쉽게 풀리지는 않을 것”이라며 “외국인 자금 이탈을 막기 위해 한꺼번에 금리를 6.5%포인트 올린 부작용으로 내수가 더 움츠러들 수 있다”고 말했다.

브라질에 대해서도 비관적인 견해가 우세하다. 김정호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이 경기 침체로 원자재 수입을 줄였다”며 “원자재 가격과 수요가 위축된 상황에서 기업들이 정상적인 이익을 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와 브라질 펀드가 투기성 상품이 됐다는 분석도 있다. 한 펀드 전문가는 “러시아, 브라질 펀드들의 기준가가 설정 당시 1000원에서 현재 300~400원까지 빠졌을 정도로 매우 싼 상태”라며 “원유와 원자재 가격이 진정세를 보이는 시점에 주가가 급반등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 블랙스완

black swan. 발생 가능성은 없어 보이지만 일단 발생하면 엄청난 충격과 파급 효과를 가져오는 사건을 가리키는 용어.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