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2조원대 매물폭탄…삼성전자·현대차 직격탄
삼성전자 현대차 등 주요 대형주들이 외국인 ‘매물 폭탄’이란 복병을 만났다.

코스피지수는 16일 전날보다 0.85% 하락한 1904.13에 장을 마쳤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4891억원의 매물을 쏟아내며 지수 하락을 부추겼다. 외국인이 ‘팔자’ 우위로 돌아선 지난 10일 이후부터 계산하면 누적 순매도가 1조8820억원에 이른다.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한 매물을 합할 경우 순매도는 2조3459억원으로 늘어난다.

외국인 매물은 시가총액 비중이 큰 대형주에 집중됐다. 지난 10일 이후 5거래일 동안 삼성전자 7075억원, 현대차 1393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이 때문에 최근 5거래일 동안 삼성전자는 5.18%, 현대차는 3.85% 주가가 빠졌다.

전문가들은 외국인의 대형주 매도가 개별 종목의 실적 전망과는 무관하다고 보고 있다. 종목이 아닌 한국시장 전체를 팔다 보니 상대적으로 시가총액 비중이 큰 대형주를 중심으로 매물이 쏟아졌다는 해석이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과거 남유럽 경제위기, 중동 분쟁이 벌어졌을 때와 동일한 외국인 매매 패턴을 예상하고 있다”며 “유가가 진정되고 그리스 위기가 봉합 국면으로 접어들면 순매도한 금액 이상을 국내 증시에 다시 투입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외국인 대량 매도가 예상보다 길어질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러시아 브라질 등 원자재 부국에서 시작된 외국인 이탈이 인도네시아 등 다른 신흥국으로 확대되고 있어서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외국인들이 연말을 즈음해 팔아치운 대형주 일부를 다시 사들일 수 있지만 개별 종목의 주가 상승폭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며 “적어도 내년 1분기까지는 외국인의 공격적인 순매수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예상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