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와 서울시의회가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여행자 체류세(city tax)’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지방세 항목을 신설해 외국인 관광객에게서 세금을 걷겠다는 취지다.

서울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는 지난 1일 ‘여행자 체류세 신설을 위한 지방세법 개정 촉구 건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고 14일 밝혔다. 시의회는 “외국 사례를 참고해 호텔 등 모든 숙박업소에 숙박하는 외국인 관광객에게 인두세 개념으로 인당 세금을 걷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행자 체류세는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들 국가에선 대표적인 관광도시들을 중심으로 외국인 관광객들로부터 관광세, 숙박세 등의 명목으로 세금을 걷는다. 예를 들어 프랑스 파리의 경우 관광객이 머문 기간과 숙박업소 등급에 따라 세금이 차등 부과된다. 미국도 ‘호텔숙박세’라는 명목으로 지방자치단체마다 호텔 숙박료의 평균 10%를 거둔다.

서울시도 여행자 체류세 도입에 적극 찬성하고 나섰다. 김영한 서울시 재무국장은 지난 1일 열린 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에서 “날로 어려워져 가는 시와 자치구의 재정 여건을 고려할 때 체류세 도입은 시기적으로 적절하고 새로운 세원 발굴 방안으로 타당하다”고 말했다. 서울시의회는 체류세 도입을 위해 시 산하 서울연구원에 타당성 연구용역을 의뢰할 계획이다.

서울시와 시의회의 여행자 체류세 도입이 현실화될지는 미지수다. 우선 체류세가 도입되려면 현행 지방세법 개정이 필요하다. 지방세 징수항목에 체류세가 신설되면 서울시뿐 아니라 모든 지자체가 조례 제정을 통해 체류세를 걷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지적이다. 미국, 유럽 등에 비해 관광 경쟁력이 뒤처지는 국내 현실을 감안하지 않은 법 개정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실제로 제주도는 2012년 섬에 들어오는 관광객에게 환경기여금 명목의 ‘입도세(入島稅)’를 도입하려다가 관광객 감소를 우려한 도민들의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