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부 다이소아성산업 회장이 다이소 매장에서 제품을 들어보이고 있다. 다이소는 국내에서 영업을 시작한 지 17년 만에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한경DB
박정부 다이소아성산업 회장이 다이소 매장에서 제품을 들어보이고 있다. 다이소는 국내에서 영업을 시작한 지 17년 만에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한경DB
“값이 싼 물건을 팔지만 ‘싸구려’는 팔지 않습니다. 이것이 1000원짜리 제품으로 연 매출 1조원을 돌파한 비결입니다.”

박정부 다이소아성산업 회장(70·사진)은 매출 1조원 달성을 맞아 12일 마련한 기자간담회에서 “박리다매(薄利多賣)일수록 중요한 것이 품질”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다이소는 ‘1000원숍’으로 알려진 균일가 생활용품 전문점으로 1997년 천호동에 1호점을 냈다. 1000~2000원대 제품이 전체 판매 품목의 88%를 차지한다. 평균 가격인 1200원으로 환산하면 올해만 8억7000만개가량의 상품을 판매했다.

'1000원숍' 다이소 매출 1조…"싸게 팔지만 싸구려는 팔지 않는다"
박 회장은 “흔히 우리 제품을 중국산이라고만 생각하는데 판매 상품의 70%가량이 ‘메이드 인 코리아’”라며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각지에서 조금이라도 싼 제품을 공급받기 위해 1년 중 3~4개월은 일본, 미국 등 외국에서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다이소는 현재 35개국 3600여개 업체에서 상품을 공급받고 있다. 제조·직매형 의류(SPA·패스트패션) 브랜드 못지않게 제품 회전이 빠른 것도 특징이다. 소비자의 구매 패턴을 분석해 매달 600여개의 신상품을 내놓고 있다.

수익성도 개선될 전망이다. 그동안 상품 가격이 낮은 탓에 다이소의 영업이익률은 2~3%대에 불과했다. 특히 2012년 1500억원을 들여 용인에 물류센터를 건립한 영향으로 지난해에는 2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기도 했다. 박 회장은 “물류가 안정화되면서 매출 대비 물류비가 4%대에서 2%대로 줄었다”며 “효율이 떨어지는 직영점도 올 들어 30곳 이상 폐점하며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다이소는 최근 가맹점을 확대하고 있다. 대형 상권엔 직영점 중심으로 들어가고 작은 상권에는 가맹점을 유치해 리스크를 줄이겠다는 포석이다. 전체 가맹점 약 300곳 중 올해 신설된 매장만 55개에 이른다.

박 회장은 대표적인 ‘자수성가’ 기업인이다. 1988년 한일맨파워를 설립한 뒤 각종 생활용품을 일본에 수출했다. 특히 ‘까다로운’ 일본 바이어를 공략하기 위해 국내외 우수 제품 확보에 집중했고 일본에서 점차 판매망을 넓혀갔다.

그러던 중 그의 제품을 마음에 들어한 일본 다이소산업이 독점공급을 요청했다. 독점공급을 조건으로 일본 다이소산업이 아성산업의 지분을 34%가량 취득하게 됐고 상호명에도 다이소를 붙였다.

박 회장은 다이소가 ‘국내 기업’이라고 강조했다. 일본 다이소는 지분을 갖고 있지만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고 배당이나 브랜드 사용료도 받지 않는다. 그는 “일본 다이소는 ‘전략적인 사업 파트너’”라며 “연간 1억5000만달러의 제품을 일본 다이소를 통해 수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회장은 내년이 다이소에 ‘제2의 도약’의 시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우선 다이소 매장을 다양한 상품이 있고 볼거리가 많은 곳으로 만들 것”이라며 “매장을 좀 더 밝고 고급스럽게 바꿀 계획”이라고 밝혔다.

해외 진출도 계속해서 추진할 계획이다. 박 회장은 “2011년 중국에 첫 매장을 열고 현재 베이징, 상하이, 톈진 지역을 중심으로 90여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며 “아직까지 이익을 못 내고 있지만 내년에는 상품군을 강화해 공략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시장 진출도 꾀하고 있다. 다만 한국보다 시장 규모가 25배나 크고 균일가 시장도 확고히 자리잡은 곳인 만큼 철저한 준비를 거쳐 진출할 예정이다.

모바일 쇼핑족을 겨냥한 온라인몰 강화에도 고민이 많다고 덧붙였다. 그는 “배송비 문제가 있어 저가 상품 위주인 다이소 입장에선 마진 구현에 어려움이 있다”며 “고가 상품을 일부 들여오는 등 오프라인과는 차별화된 전략을 펼쳐 온라인 부문 강화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동 기자 gr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