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뉴스] "온돌방에 둘러앉아 어른들에게 배운 지혜·도덕…인생에 가장 중요한 선물"
“한국은 경제발전과 민주화를 이뤄냈습니다. 이제는 ‘온돌방의 도덕’을 회복해야 할 때입니다.”

세계인권선언 66주년을 맞아 지난 10일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대한민국 인권상 근정훈장을 받은 인요한(미국명 존 린튼) 연세대 의과대학 교수(사진)는 이렇게 말했다.

인 교수는 이주민 진료 체계를 구축하고 개발도상국의 보건의료 체계를 향상시키고자 노력한 점, 북한 신생아·아동·산모 등에 대한 의료 활동과 결핵 퇴치를 위한 의료기술·의약품·의료기기를 인도적으로 지원해 북한 주민의 인권 신장을 도모한 공로 등을 인정받아 수상자로 선정됐다.

그는 “가난한 시절 온돌방에서 군불 때고 둘러앉아 어른들에게서 지식과 지혜뿐 아니라 도덕을 배웠다. 대한민국에서 받은 가장 소중한 선물은 도덕”이라며 “나에게는 그때 배운 도덕이 인간 됨됨이이자 인권”이라고 말했다. 이어 “남이 나에게 나쁘게 한다고 해서 내 행동에 면죄부를 주지 않는 것, 그것이 바로 인권이라고 생각한다”며 “세월호부터 시작해 모든 문제가 다 도덕인 만큼 대통령, 공무원을 비롯한 기득권 세력이 앞장서서 우리 조상의 도덕 정신을 계승하고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 교수는 “북한 동포들은 추운 집에서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해 기아 상태에 빠져 있는데 우리는 120만t의 쌀을 쌓아두고만 있다”며 “이념과 사상이 많이 다르지만 그들의 인권을 생각해서라도 북쪽에 선물을 보냈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저의 조상은 학교와 교회를 세우는 등 한국에 많은 기여를 했지만 사실 저는 준 것보다 받은 것이 더 많다”며 “제 공로보다는 조상을 대표해 상을 받은 것”이라고 겸손해했다. 또 “앞으로 한국의 의료를 ‘한류화’하기 위해 힘쓰고 남북이 부드럽게 서로 만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데 밑거름이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1959년 전남 순천에서 태어난 인 교수는 외증조할아버지가 1895년 선교 활동을 위해 이주하면서 한국과 인연을 맺었으며 5대째 한국에서 생활하고 있다. 1987년 서양인 최초로 의사 국가고시에 합격한 그는 1997년 외증조할아버지인 유진 벨 선교사의 이름을 딴 ‘유진벨재단’을 형과 함께 설립, 북한 결핵퇴치사업을 하는 등 20여 차례 북한을 드나들며 무료 진료·앰뷸런스 기증 등 대북 의료지원 활동을 펼쳐왔다. 아울러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외국인진료센터 소장으로 재직하면서 주한 외국인을 치료해왔고 2012년에는 특별 귀화가 허용돼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

올해 대한민국 인권상에는 5개 단체를 포함해 총 17명이 선정됐다. 훈격별로는 훈장(근정훈장) 및 국민포장 각 1명,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표창 15명(단체 포함) 등이다. 국민포장은 서인환 한국장애인재단 사무총장이, 인권위원장 개인표창은 이주민 인권 보호에 기여한 이천영 외국인근로자문화센터이사장 등 10명이 받았다.

이해성 한국경제신문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