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여자프로골프 세계 랭킹 11위인 백규정. 그는 “내년 미국 LPGA투어에서 세계 랭킹 1위에 도전하겠다”며 “2016년 브라질올림픽에 국가대표로 출전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현재 여자프로골프 세계 랭킹 11위인 백규정. 그는 “내년 미국 LPGA투어에서 세계 랭킹 1위에 도전하겠다”며 “2016년 브라질올림픽에 국가대표로 출전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세계 랭킹 1위에 올라야죠.”

내년 미국 LPGA투어 진출을 앞둔 백규정(19·CJ오쇼핑)의 새해 목표다. 최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을 방문한 백규정은 내년 목표를 묻는 질문에 LPGA투어 신인왕 대신 ‘골프 여제’가 되고 싶다는 당찬 포부를 공개했다. 백규정은 “내년 세계 랭킹을 끌어올려 2016년 브라질올림픽에 한국 대표로 나가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백규정 "美LPGA 신인왕?…세계랭킹 1위 올라야죠"
백규정은 올해 KLPGA투어 최고 권위의 메이저대회인 메트라이프·한국경제 KLPGA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데 이어 국내에서 열리는 유일한 미 LPGA투어 하나·외환챔피언십을 석권했다. 프로 데뷔 첫해에 한·미 LPGA투어 동시 우승이라는 쾌거를 달성한 것이다.

“올해 우승한 대회 가운데 메트라이프·한경 KLPGA챔피언십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사실 최종 라운드 전반을 마칠 때까지도 우승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는데 11번홀(파5)에서 ‘샷이글’을 낚으면서 역전에 성공했죠. 전에는 우승하려면 컨디션이 좋아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한국경제신문 대회를 치르면서 컨디션이 좋지 않아도 우승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하나·외환챔피언십 우승으로 LPGA투어 직행 티켓을 거머쥔 백규정은 “제가 임팩트를 깊게 하는 스타일이라 양잔디를 좋아한다”며 “양잔디에서는 볼을 다루기 쉬워 다양한 기술 샷이 가능하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백규정은 올해 한국과 미국에서 기록한 4승 가운데 3승을 양잔디에서 거뒀다. 백규정은 올겨울 훈련의 초점을 체력에 맞추고 있다.

“제 키가 175㎝여서 국내에서는 큰 편이지만 미국에선 190㎝가 넘는 선수들이 많아 왜소하게 느껴졌어요. 남은 기간 체력 훈련에 중점을 두고 시즌 준비를 할 생각입니다.”

백규정은 새해 초에 미국 플로리다주로 건너가 현지 적응에 들어간 뒤 1월 말 열리는 시즌 개막전 코츠챔피언십에서 데뷔전을 치를 예정이다. KLPGA투어 사상 가장 치열했던 신인왕 경쟁이 끝나자마자 바로 미국에서 또다시 신인왕 경쟁을 펼쳐야 한다.

“국내에서는 드로나 페이드, 저탄도나 고탄도 등 4~5가지 정도의 기술 샷만 있으면 됐지만 미국에서는 그린에서 공을 몇 차례 튀겨 세우느냐 등 다양한 기술이 필요합니다. 잔디 품종도 다양해 얼마나 빠르게 적응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 같아요.”

백규정은 “내년에는 올해 우승한 대회를 포함해서 KLPGA투어 대회도 5개 정도 출전할 계획”이라며 “메트라이프·한경 KLPGA챔피언십에서 반드시 2연패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시즌 막판 허리에 압박 붕대를 하고 나왔던 백규정은 “지금은 허리 부상이 전혀 없는 상태”라며 “시즌 초반 허리가 조금 이상해 부상 예방 차원에서 압박붕대를 착용했다”고 설명했다.

백규정은 일곱 살 때 골프를 시작했다. 구미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던 아버지(백진우)는 “아들이 생기면 야구, 딸은 골프를 시키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한다. 백규정의 오빠인 백민규(수원 장안고)는 야구선수다.

“너무 어린 나이에 골프를 시작해 골프에 별로 흥미를 느끼지 못했어요.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해외 전지훈련을 다녔는데 ‘엄마, 보고 싶다’고 매일 울었죠. 심리상담을 해주는 조수경 선생님을 중학교 3학년 때 처음 만났는데 골프에 대한 흥미도를 조사해보니 20%밖에 안 나왔습니다. 연습장도 거의 놀러 다니듯 다녔고, 힙합 음악을 좋아해 엄마 아빠랑 많이 싸웠어요.”

올 시즌에선 유난히도 열아홉 동갑내기 스타들의 경쟁이 치열했다. 각자의 골프 스타일을 비교해 달라고 하자 백규정은 “김효주와 고진영이 좀 안정적이고 일관된 스타일이라면 저랑 김민선은 공격적인 골프를 한다”고 말했다. “저는 실전에서 한 번도 안 해본 새로운 샷도 개의치 않고 과감하게 시도해요. 새해에 동갑내기들이 펼치는 우승 경쟁, 지켜봐 주세요.”

■ 백규정의 원포인트레슨 “하프스윙만 한다는 느낌으로 쳐라”

백규정 "美LPGA 신인왕?…세계랭킹 1위 올라야죠"
백규정은 올해 KLPGA투어에서 평균 드라이버샷 거리 259.11야드로 장타 랭킹 11위에 올랐다. 실제 드라이버샷은 기록보다 더 나간다. 대회에서는 드라이버 대신 우드로 티샷할 때가 많아 평소 자신의 거리보다 덜 나왔다. 백규정에게 아마추어 골퍼들을 위한 드라이버샷 레슨을 부탁했다.

그는 “프로암에서 함께 친 아마 골퍼들을 보면 대부분 백스윙을 하면서 몸이 일어나 버린다”고 지적했다. 강하게 치겠다는 생각이 앞서다 보니 백스윙 도중 몸이 흐트러진다는 것. 그는 “이를 방지하려면 ‘하프 스윙’만 한다는 느낌으로 치라”고 조언했다.

백규정의 짧고 간결한 스윙은 동료 선수들도 부러워할 정도다. 백스윙이 올라가는 순간 그대로 다운스윙으로 연결돼 군더더기가 전혀 없다. 그의 이름을 따 ‘백(스윙) 규정’이라고 할 만하다.

백스윙을 하다가 팔이 ‘닭날개’처럼 벌어져 버리는 ‘치킨 스윙’ 교정법도 알려줬다. 그는 “양팔 사이에 수건이나 장갑을 끼고 연습하면 좋다”며 “스윙하는 도중 수건이나 장갑이 떨어지지 않게 하려면 ‘닭날개 스윙’을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백규정은 “이런 연습법은 ‘몸통 스윙’을 익히는 데도 도움이 돼 프로가 된 이후에도 꾸준히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