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JFK공항에서 발생한 대한항공의 소위 ‘땅콩 회항’ 사건의 파문이 이어지고 있다. 대한항공 측이 사과문을 내고, 당사자인 조현아 부사장은 보직 사퇴에 이어 사표까지 제출했어도 여론의 질타가 끊이지 않는다. 검찰은 어제 대한항공 본사 등을 압수수색했고, 국토교통부도 조 부사장에게 12일 출두를 통보하기에 이르렀다. 일반 승객의 진술, 기장과 공항 관제탑의 교신내용을 확보해 규정 위반여부를 조사할 것이라고 한다. 행정조치나 처벌 가능성도 있다.

참으로 유감스런 일이다. 물론 조 부사장이 기내 서비스와 기내식 담당 임원으로서 승무원들의 서비스나 매뉴얼 준수를 질책할 순 있다. 하지만 출발하려는 비행기를 돌려세워 사무장을 내리게 한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잘못된 행동이다. 개인 전용기도 아닌데 승객 250여명이 탄 비행기를 오너의 딸이 맘대로 되돌린다는 것은 누구도 납득하지 못할 것이다. 이로 인한 대한항공의 국내외 이미지 실추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손실이다.

이번 사태는 재벌 후계자에 대한 교육의 중요성을 새삼 일깨운다. 오너 2, 3세는 창업 1세대와 달리 이미 안정된 환경에서 커 특권의식, 선민의식을 갖기 쉽다. 그래서 더 위험 소지가 있다. 아무리 재계가 합심해 반기업, 반재벌 정서를 해소하려고 애써도 이런 사건 하나면 공염불이 되고 만다. 최근 수년 사이 2세, 3세들이 초고속 승진으로 등기임원이 돼 경영전면에 나서고 있다. 제대로 된 공부도, 경험도, 고민도 미흡한 채 승계한다면 기업이 직면할 위험에 후계자 리스크가 추가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오너 2세, 3세들이 좋은 후계자가 되기 위한 적절한 절차와 교육을 받고 있는지 의문이다. CEO의 탁월성은 유학 가서 MBA를 따온다고 갖춰지는 게 아니다. 단순히 대중의 눈총이나 질시에 눈높이를 맞추는 차원도 아니다. 경영자라면 눈에 보이는 숫자뿐 아니라 계량화할 수 없는 조직의 역량을 극대화하는 리더십을 갖춰야만 한다. 재벌 후계자들에게 이번 사태는 뼈에 새겨야 할 반면교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