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 빛공해 'OFF'…서울 밤길 어두워진다
내년부터 서울의 밤거리가 지금보다 어두워진다. 서울시가 도심 야간 조명에 따른 빛공해를 줄이기 위해 서울 전역의 조명 밝기를 낮추기로 해서다.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박원순 시장의 지시에 따라 빛공해 개선대책을 수립하고 있다”며 “내년부터 서울 전역을 빛 밝기 한도를 제한한 조명환경관리구역으로 지정할 계획”이라고 10일 밝혔다. 박 시장은 지난 9월 빛공해를 소음, 악취 등 3대 생활불편으로 규정하고, 각 부서에 개선대책을 지시했다.

앞서 환경부는 지난해 주거·상업 등 지역별로 빛 밝기 최대치를 지정한 빛공해 방지법을 제정했다. 빛공해 단속을 위해선 지방자치단체마다 조명환경관리구역을 지정해야 하지만 실제 지정한 곳은 하나도 없다. 서울시는 빛공해가 심각하다는 판단에 따라 시 전역을 1~4종으로 구분할 계획이다.

산림 등 보전녹지지역은 1종, 논·밭 등 생산녹지지역은 2종, 주거지역은 3종, 상업지역은 4종으로 나뉜다. 1·2·3종 지역은 일몰 1시간 후부터 밤 12시까지 보안등과 동영상 광고판 밝기(평균값 기준)가 각각 ㎡당 400cd(칸델라), 800cd, 1000cd를 넘을 수 없다. 상업 지역은 1500cd가 최대치다. 밤 12시부터 일출 전까지 조명 밝기는 이보다 3분의 1가량 낮춰야 한다. 1cd는 촛불 한 개 밝기를 뜻하는 조명 단위다. 컴퓨터용 모니터는 400cd, 가정용 대형 LED TV는 4000cd 정도다. 박내규 서울시 공공디자인과장은 “관리구역 지정을 위해 관할 구청과 협의 중”이라며 “내년 초부터 기준치를 위반하는 조명에 대해 단속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시의 조명 규제가 현실화되면 현재 강남대로 등 주요 상업지역에 설치된 대부분의 광고판 등 조명은 사실상 꺼야 한다는 게 조명업계의 지적이다. 이에 대해 박 과장은 “업계 요구에 맞춰 기존 조명은 5년 동안 유예기간을 둘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의 이 같은 방침은 정부가 내년부터 강남, 명동 등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에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 같은 ‘광고자유표시구역’을 조성하려는 정책과 배치된다는 지적도 있다. 행정자치부는 종전까지 크기, 색깔, 모양 등을 엄격하게 관리했던 광고물 규제를 특정 지역에 한해 완화하는 내용을 담은 ‘옥외광고물의 관리 및 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 법안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하지만 서울 전역이 조명환경관리구역으로 지정되면 광고자유표시구역 취지가 퇴색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타임스스퀘어에 설치된 LG 광고판의 밝기는 1만cd에 이른다.

고광완 행정자치부 지역공동체과장은 “광고자유표시구역의 경우 조명 밝기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에 대해 앞으로 서울시와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