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재 칼럼] 자원개발 국정조사 문제
한강을 따라 며칠간의 자전거 여행에 나서는 것은 생각만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4대강이 녹색 콤플렉스가 만들어낸 것이라고 생각하면 피식 웃음을 짓게 된다. 환경주의(ism)는 원래 좌익그룹의 이슈다. 한강보 철거를 주장했던 박원순 시장의 개그도 그렇다. 환경주의 그룹은 당파성에 따라 정치공세의 강도를 조절한다. 이명박 정부 초대 총리는 기후변화 전문가를 자처했던 한승수 총리였다. 그는 총리가 된 이후 엉뚱하게도 기후문제를 간판 슬로건으로 삼았다.

이명박 대통령의 녹색강박증은 매년 1조원 이상의 정부 예산을 투입하는 신재생에너지로 연결되었다. 자원고갈론과 는 녹색의 쌍둥이다. 정부지원에 힘입어 대거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나섰던 기업들은 모두 큰 손실을 입었다. 이명박 정부엔 신재생에너지 족(族)이 많았다. 그래서 일본에 앞서 미국으로부터 셰일가스를 도입하게 된 희소식조차 쉬쉬할 지경이었다. 2년 전 당시만해도 미국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만 셰일가스를 팔았다. 반FTA 파상공세가 벌어지는 와중에도 정부는 그 소식을 1단짜리로 발표했다. 셰일가스가 도입되면 신재생에너지가 죽을까를 우려했기 때문일까.

박근혜 정부도 환경주의 강박증에 시달리고 있다. 사업은 줄였지만 소위 환경 3법이 본격 가동되고 배출권 거래제는 기업들의 목을 비틀 작정이다. 이명박 정부가 자원고갈론의 희생자라면 박근혜 정부는 강박의 피해자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라는 말에 기죽어 왔던 한국이다. 그래서 ‘석유가 고갈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명제는, 공급과잉으로 유가가 폭락하고 있는 지금도 지지자를 찾기 어렵다. 석유부존량이 급증하고 있다는 증거를 보여주어도 그렇다. 교과서들이 그 반대를 가르치니 사고편향은 당연할 것이다.

정권마다 실세들이 총동원되어 자원개발에 나섰던 것은 이 때문이다.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를 위협하던 이명박 정부 때는 조급증이 더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엔 유가가 고원지대로 진입했다는 분석이 귀를 때렸다. 시베리아 가스나 몽골 구리광산 이야기를 비밀처럼 전해듣지 않았던 사람이 있었을까. 자원개발에서 사업과 사기를 구분하기는 매우 어렵다. 아마추어들인 정권 실세들이 끼어드는 것에는 그런 저간의 이유가 있다. 자원개발은 수익과 비용의 측정이 어렵다. 자본의 회임기간도 가장 길다. 몇 년씩 걸리는 프로젝트가 다반사다. 그래서 공무원이나 월급쟁이들이 뛰어들기는 불가능하다. 정권 실세는 되어야 그나마 몇 년간이라도 사업추진이 가능하다. 정치자금 모금에 좋다는 것도 어느 정도는 사실일 것이다. 그것이 자원개발의 위험 요소다.

지금 새정치민주연합이 이명박 정부의 자원개발에 대해 수사와 국정조사를 요구하는 것에는 당한 만큼 돌려주겠다는 심리도 있을 것이다. 자원개발 사업의 속성을 모를 리야 있겠는가. 이명박 정부의 자원개발 투입비가 무려 41조원(정부는 26조원이라고 주장한다)이라는 것이고 2018년까지 추가로 총액 31조원(정부는 26조원)이 들어간다면 누가 봐도 초대형 사업이다. 더구나 회수율이 13%에 그친다면 밑 빠진 독에 부은 물이다! 더구나 석유공사 가스공사 광물자원공사가 총동원되었다. 소위 ‘석유 한 방울’에 대한 과도한 집착과 무지가 만들어낸 참사다.

그렇다고 자원개발 문제를 지금 국정조사나 수사에 맡기는 것은 매우 어리석은 일이요, 따라서 후회를 남길 것이 뻔하다. 몇 명인가를 감옥에 집어넣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뇌물이나 비리가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앞으로의 자원개발은 그 순간 종을 치게 된다. 한국은 지금이야말로 자원개발의 최적기를 맞고 있다. 유가폭락으로 망하는 기업과 오일필드가 지천으로 쌓여 간다. 만일 지금의 시황이 국제유가가 치솟는 상황이라면 이명박 정부의 자원투자는 박수를 받고 있을지도 모른다. 수익률도 크게 올라 있을 것이다. 유가가 폭락하는 지금부터야말로 서서히 저가 사냥에 나설 때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그런데 또 거꾸로 갈 모양이다. 샤워실의 바보짓이다.

정규재 논설위원실장 jk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