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완 '내 청춘, 언젠가 가겠지 피고 또 지는 꽃잎처럼…하지만 지금은 아니야'
김창완(60)과 아드리안 홀(40·왼쪽)은 마치 삼촌과 조카처럼 친해 보였다. 한국 록을 대표하는 전설과 세계 최정상의 엔지니어는 전날 술을 많이 마신 모양인지 얼굴이 벌게져서 지난달 28일 서래마을 근처 카페에 나왔다. 두 사람은 지난달 21~27일 KT&G상상마당 춘천 ‘라이브스튜디오’에서 김창완 밴드의 새 정규앨범(제목 미정)을 녹음했다. 이번 작업은 KT&G상상마당이 세계 정상급 아티스트들과 함께 작업해온 아드리안 홀을 초청해 국내 아티스트들의 앨범 작업을 지원하는 ‘아트 오브 레코딩’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김창완 '내 청춘, 언젠가 가겠지 피고 또 지는 꽃잎처럼…하지만 지금은 아니야'
이제 막 작업을 마친 두 사람의 만족도는 대단해 보였다. 김창완은 “아드리안과 함께 작업을 하게 된 건 그야말로 행운”이라고 말했다. “1977년에 산울림 1집을 투 트랙 레코더로 녹음한 뒤 멀티 레코딩, 디지털 레코딩 등을 경험했지만 매번 한계를 느끼곤 했어요. 그래서 록의 종주국인 영미권 스튜디오에서 녹음하는 것에 대한 꿈을 갖고 있었는데 이번 아드리안과의 작업으로 그 숙원을 풀게 됐죠. 새로운 음악 세계가 열렸습니다.”(김창완)

영국인 아드리안은 세계 최고의 스튜디오 중 하나로 꼽히는 영국 메트로폴리스 스튜디오의 하우스 엔지니어 출신으로 브리트니 스피어스, 블랙 아이드 피스, 로비 윌리엄스 등 슈퍼스타들과 작업해왔다. 이외에도 다수의 인디 록밴드와 함께 실험적인 작업을 해왔다. 그는 산울림의 음악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아드리안은 한국에서 보내준 산울림, 김창완 밴드의 음악을 들어본 뒤 관심이 생겨 유튜브를 통해 옛 영상을 찾아봤다고 했다. “굉장한 개성(personality)이 느껴지는 음악이었어요. 한국 스타일의 록이었지만 저에게 그리 어렵게 다가오지 않았어요. 훌륭한 음악은 항상 통하니까요. 1960~1970년대 클래식 록 또는 펑크 록의 에너지가 느껴졌습니다.”(아드리안)

새 앨범에서 김창완은 산울림의 명곡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에 거문고와 해금 등의 국악기를 첨가해 새로운 느낌으로 편곡했다. 미리 들어본 이 곡은 김창완 밴드 특유의 거친 록과 국악기가 밀접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기존처럼 록과 국악을 단순히 섞은 작업이 아니라 국악기로 록의 사운드를 더 넓게 구현해 보려 했어요. 우리도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 무척 궁금했죠.”(김창완)

김창완 '내 청춘, 언젠가 가겠지 피고 또 지는 꽃잎처럼…하지만 지금은 아니야'
이 작업에는 최근 세계적으로 각광받고 있는 퓨전국악밴드 잠비나이가 함께했다. 아드리안은 난생 처음 거문고와 해금이라는 악기를 접했다. “동양 악기를 녹음해본 것은 처음이었지만 별로 어려움을 느끼지 않았습니다. 잠비나이의 거문고와 해금은 매우 현대적인 소리를 가지고 있었고, 록에 어울리는 묵직함을 지니고 있었죠. 덕분에 서양 록과는 다른 사운드가 나오게 됐습니다.”(아드리안)

아드리안은 특히 김창완의 가사에도 큰 매력을 느꼈다. 김창완은 곡의 이미지를 알게 하기 위해 가사를 영어로 번역해 보여줬다. “가사가 정말 독특했어요. 뭔가를 상징하는 가사들이었고, 예사 음악이 아니라는 것을 단박에 알 수 있었죠.”(아드리안)

음악으로 소통한 두 사람의 결실이 담긴 김창완 밴드의 새 앨범은 내년 초에 만나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진정한 소통은 단순히 언어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닙니다. 뮤지션끼리는 음악으로 통하니까요. ‘염화미소(拈華微笑)’와 같이 말없이 통하는 것. 그게 진짜 뮤지션끼리의 만남인 것이죠.”(김창완)

권석정 한경 텐아시아 기자 moribe@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