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추수감사절인 27일 오후 3시(현지시간) 뉴저지 시코커스시에 있는 전자제품 소매업체 베스트바이 매장. ‘도어버스터(doorbuster·선착순 한정 할인판매)’ 행사가 시작되려면 2시간이나 남았지만 수백여명이 빌딩을 둘러싸고 줄지어 서 있었다. 맨 앞줄의 로버트 새뮤얼은 “파나소닉TV를 사려고 어젯밤 9시부터 기다렸다”며 들뜬 표정이었다.

정가 549달러인 파나소닉 50인치 LED TV는 도어버스터 가격으로 199달러를 붙여 가장 주목을 끌었다. 삼성전자는 55인치 UHD TV를 평소보다 35% 할인한 899달러, LG전자는 32인치 LED TV를 20% 할인한 180달러에 선보였다. 삼성 미주법인 관계자는 “올해 3700만대로 예상되는 미국 내 TV 판매대수 중 12%인 440만대가 블랙프라이데이 쇼핑시즌에 팔린다”며 “유통업체뿐 아니라 제조사도 사활을 건 판매 전쟁을 벌인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UHD TV 3만대를 미 전역의 유통매장 1000여곳에 깔았고, 파나소닉은 이보다 많은 3만8000대를 뿌렸다. 베스트바이 등에서는 삼성전자 갤럭시 S5가 1달러에 나오기도 했다.

워싱턴DC 인근의 쇼핑센터 타이슨스코너의 주차장은 이날 저녁부터 차량 행렬이 이어졌다. 백화점 등이 지난해보다 2~4시간 이른 오후 6시부터 도어버스터 행사에 들어간 탓이다.

정상가 600~700달러인 신사복이 299달러에 할인 판매되고 있는 메이시백화점의 랄프로렌 매장. 점원은 “내일 오후 1시까지 추가로 25%를 더 깎아준다”고 했다. MS스토어가 밤 10시 문을 열자 기다리고 있던 소비자들이 매장으로 밀려 들어갔다. 가족과 함께 온 더글러스 버톤은 “700달러짜리 노트북을 400달러에 샀다”며 “2시간 동안 기다린 보람이 있다”고 기뻐했다.

미국 블랙 프라이데이 쇼핑 기간은 매년 길어지고 있다. 전통적으론 추수감사절(11월 마지막주 목요일) 다음 금요일부터 일요일간 사흘이었지만 유통업체들이 가족여행 등으로 쇼핑하지 못한 고객을 위해 연휴 다음날인 월요일 온라인에서 파격적인 할인을 하는 ‘사이버 먼데이’를 2005년부터 고안해냈다.

몇 년 전부터는 도어버스터 시간이 금요일 0시에서 목요일 밤 10시 등으로 앞당겨졌고 올해는 오후 5~6시로 더 빨라졌다. 온라인 할인은 목요일 오전부터 시작됐다. 현지 언론은 블랙 프라이데이가 ‘블랙 서스데이(Thursday)’로 바뀌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소매협회는 올해 블랙 프라이데이 할인행사 기간에 2560만명이 쇼핑을 하고 매출 증가율은 4.1%로 전년(3.1%)보다 높아질 것으로 추산했다. 경기 회복과 실업률 감소, 휘발유 가격 하락 등으로 소비자의 지갑이 두툼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뉴욕=장진모/이심기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