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삼성전자와 소니가 각각 플래그십(최상위 기종) 카메라 NX1과 A7마크2를 선보였다. 양사의 자존심을 건 제품인 만큼 엄청난 스펙을 자랑한다. 다만 둘 다 ‘미러리스(mirrorless)’ 카메라인 탓에 렌즈를 통해 들어온 빛을 광학적으로 보여주는 뷰파인더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 자리를 전자식 뷰파인더가 차지하고 있다. 뷰파인더 자리에 LCD나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화면을 넣은 것이다. 물론 최근 사용해본 최신형 미러리스의 전자식 뷰파인더는 12년 전 썼던 올림푸스 디지털 카메라 ‘E-100RS’의 전자식 뷰파인더와 비교하면 격세지감을 느끼게 했다. 파인더는 더 선명해졌고 카메라를 움직이는 데 따른 화면 전환 속도도 광학식과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럼에도 마음 한구석엔 아쉬움이 남아 있었다.

○현실보다 더 아름다운 롤라이플렉스
롤라이플렉스
롤라이플렉스

여러 해 사진을 찍는 동안 기억에 남는 순간 가운데 하나는 롤라이플렉스의 뷰파인더(정확하게는 스크린)를 처음 봤을 때다. 롤라이플렉스는 중형 필름(필름 세로 변의 길이가 6㎝)을 사용하는 이안반사식(TLR·Twin Lens Reflex) 카메라다. 골동품 가게에서 가끔 볼 수 있는 전면부에 렌즈가 두 개 달린 직육면체 모양의 카메라다. 필름의 크기가 큰 만큼 뷰파인더 역시 광활하다. 그전까지 주로 사용하던 일안반사식(SLR·Single Lens Reflex)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보는 화면이 TV라면 중형 카메라의 뷰파인더는 극장의 스크린을 방불케 했다. 같은 화각이라도 소형 카메라(35㎜ 필름을 쓰는 일반적인 카메라)보다 렌즈 초점이 길어 심도도 얕다. 그 때문에 롤라이플렉스로 보는 세상은 눈으로 볼 때보다 더 아름다웠다. 리처드 아베돈 등 수많은 패션 사진가들이 롤라이플렉스를 애용했던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니었을까.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의 ‘생 라자르 역 뒤에서’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의 ‘생 라자르 역 뒤에서’
물론 감수해야 할 불편함도 많았다. 오래된 카메라인 탓에 노출계가 달려 있지 않다. 사진을 찍을 때마다 일일이 노출계로 조리개값과 셔터 스피드를 정해야 한다. 뷰파인더에 맺힌 상은 실제와 좌우가 반대이기 때문에 사진의 구도를 왼쪽으로 옮기려면 카메라를 오른쪽으로 움직여야만 했는데 여간 헛갈리는 일이 아니었다. 비싼 필름값과 현상비는 덤이었다.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롤라이플렉스를 썼던 이유는 순전히 뷰파인더 때문이었다.

○사진 바깥까지 볼 수 있는 라이카

롤라이플렉스의 뷰파인더가 광활함으로 사람을 압도한다면 라이카와 같은 레인지파인더(RF) 카메라의 뷰파인더는 사진을 찍는 사람에게 신속한 대응을 가능케 해준다.

SLR·TLR 카메라의 뷰파인더는 렌즈를 통해 들어온 빛을 보여준다. 렌즈의 초점을 조절하면 뷰파인더에 맺히는 상도 초점이 변한다. 지금 어디에 초점이 맞았는지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줌렌즈를 장착하고 줌 인·아웃을 하면 뷰파인더 화면도 확대·축소된다.

반면 RF 카메라의 뷰파인더는 렌즈와 관계없이 고정된 화면을 보여준다. 렌즈 초점 이동에 따른 화면 변화도 없다. 오래된 자동 필름 카메라의 뷰파인더를 떠올리면 된다. 어떤 렌즈를 장착해도 파인더의 화각은 변하지 않는다. 다만 파인더 내에 화각을 대략적으로 알려주는 선이 나타난다. 이 점이 SLR·TLR 카메라 뷰파인더와의 결정적인 차이다. 대다수 SLR 카메라의 시야율은 90%대 초반이다. 실제 사진에 찍히는 내용이 100이라면 뷰파인더는 90만을 보여준다. 뷰파인더 바깥에서 일어나는 일에 즉각적으로 대응하기 힘들다. 반면 RF 카메라의 뷰파인더는 사진 바깥의 장면도 보여줄 수 있다. 잠시 후 벌어질 일을 예측하는 데 도움을 준다. 찰나의 순간을 포착해 ‘결정적 순간’으로 만든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은 평생 동안 라이카 카메라만을 사용했다.

디지털 카메라 등장 이후 디스플레이 기술이 발전하면서 DSLR 카메라를 제외하면 광학식 뷰파인더는 점차 설 자리를 잃고 있다. 대다수 카메라는 전자식 뷰파인더 혹은 후면 디스플레이만 장착하고 있다. 모든 사람이 매일 손에 쥐고 다니는 스마트폰 역시 대형 디스플레이를 가진 디지털 카메라다. 이들의 장점은 셔터를 누르면 지금 화면에 보이는 모습이 그대로 결과물이 된다는 점이다. 노출과 화이트 밸런스를 조절하면 곧장 결과물을 확인할 수 있다. 쉽고 빠르고 편리하다. 그래도 가끔 롤라이플렉스와 라이카 카메라의 매력적인 뷰파인더를 들여다보고 싶은 것은 어쩔 수 없나보다.

이승우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