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기 남부지역 한 신도시에서 분양을 앞둔 700여가구 아파트 분양가는 건설사가 제시한 금액보다 3.3㎡당 150만원가량 깎였다. 보통 교수 변호사 공무원 등으로 이뤄진 분양가심의위원이 1시간가량 자료를 검토한 뒤 분양가를 결정하는데 이 아파트는 30분도 안돼 분양가 삭감 결정이 내려졌다.

이 회사 관계자는 “심의위원들이 아파트 품질과 비용 등을 분석하기보단 주변 시세 얘기를 주로 하다가 너무 비싸니 이 정도 금액을 깎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들었다”고 말했다.

최근 주택업계에서 기초단체의 분양가 심사가 분양 가격을 깎기 위한 형식적인 절차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일부 건설사는 분양 가격이 낮아질 것을 염두에 두고 처음부터 분양가를 최대한 높게 책정해 심사를 받기도 한다고 한 중견 건설사 주택 담당 임원은 털어놨다.

분양가 상한제는 2005년 정부가 조성하는 공공 택지에 먼저 도입된 뒤 집값 상승세가 계속되자 2007년 민간 주택으로 전면 적용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듬해 글로벌 금융위기로 집값 거품이 꺼지기 시작하면서 2009년 폐지안이 국회에 상정됐다.

일각에서는 총부채상환비율(DTI) 담보인정비율(LTV) 등 금융 규제와 더불어 분양가 상한제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장기간의 부동산시장 침체 속에 시장 경착륙을 막는 데 일조했다는 시각도 있다. 서민들이 비교적 저렴하게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미분양이 속출했고 건설사들이 분양 가격을 주변 시세보다 낮게 책정, 분양가 상한제가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