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총학생회 선거가 올해도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학생들의 무관심 속에 연장투표에도 선거가 무산되는가 하면, 상당수 대학에선 단일 후로로 선거가 진행됐다.

지난 17일 시작된 서울대 총학생회 선거는 본투표(4일)와 연장투표(3일) 등 7일 동안이나 투표를 했지만 최종투표율이 46.9%로 개표기준인 50%를 넘지 못해 최종 무산됐다. 단일 후보가 나와 분위기가 뜨지 않은 데다 올해 총학생회장이 성적 미달로 제적된 탓에 학생회에 대한 불신이 컸기 때문이다.

단일 후보로 총학생회 선거가 ‘조용히’ 치러진 곳은 서울대만이 아니다. 경희대 중앙대 한양대 등 상당수 대학의 총학생회 선거가 단일 후보로 치러졌다. 이 같은 후보 기근과 선거 파행은 갈수록 심해지는 취업난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서울대만 해도 2007년 선거에 무려 7명이 후보(운동권 4명, 비운동권 3명)로 나왔지만 올해는 한 명에 불과했다. 한국외국어대는 2012년과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입후보자가 없어 선거가 무산됐다.

학생들의 무관심 속에 치러진 선거였지만 잡음은 적지 않았다. 당초 12월3일부터 4일간 투표할 예정이었던 고려대는 지난 선거 과정에서 발생한 부정행위가 뒤늦게 알려져 투표 기간이 1주일 늦춰졌다. 이화여대에서는 학교 측이 당선된 후보의 성적과 징계 경력 등을 이유로 투표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학생들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한 학생회 측의 대응이 오히려 역풍을 맞기도 했다. 서울대에서는 연장투표 기간 중 선거관리위원회가 전체 학생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오늘 선거가 성사된다면 내일은 문자가 오지 않을테지요’)가 논란이 됐다. 그렇지 않아도 선관위가 매일 보내는 투표독려 메시지에 염증을 느끼던 학생들은 “스팸문자 받기 싫으면 우리 상품 구매하라는 것과 다를 게 뭐냐”며 강한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각 대학에서 총학생회 선거후보 유세가 선거 운동원 10여명만 참석한 채 쓸쓸히 진행된 반면 도서관은 기말고사와 취업준비를 위해 모인 학생들로 열기가 넘쳤다. 서울대생 정모씨(25)는 “총학생회 선거가 무산된 지도 몰랐다”며 “매년 실현 불가능한 복지공약만 남발하는 학생회 선거에 투표할 이유를 찾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오형주/윤희은/홍선표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