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의 노른자위 구역 면세점을 중소·중견기업에 주기로 했다. 면세점의 상징인 인천공항 면세점에 중소·중견기업 입성을 허용하는 것은 처음이다.

관세청은 내년 2월28일로 특허가 종료되는 인천국제공항 출국장 면세점의 신규특허 신청을 받는다고 27일 홈페이지에 공고했다. 신청기간은 내년 2월26일까지다.

신규특허 대상 구역은 현재 롯데, 신라, 한국관광공사가 면세점 영업을 하고 있는 12개 구역이다. 관세청은 이 중 출국장 중앙에 자리잡아 관광객들의 이동이 가장 많은 4개 구역 특허를 중소·중견기업에 주기로 했다. 12개 구역은 인천공항 면세점 전체여서 공고대로라면 3분의 1을 중소·중견기업이 갖는 것이다. 나머지 8개 구역은 기존처럼 대기업 등이 특허를 갖게 된다.

관세청은 또 중소·중견기업에 취급품목 혜택도 주기로 했다. 인천공항 여객터미널 중앙에 위치한 2개 구역의 면세점에 향수, 화장품, 주류, 담배 등 면세점에서 가장 판매가 많이 되는 물품을 배정한다. 나머지 2개 구역에는 전 품목을 취급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는 방침이다.

관세청이 중소·중견기업에 인천공항 면세점 특허를 주기로 한 것은 지난해 국회에서 한 약속 때문이다. 지난해 9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열린 기획재정부 현안보고에서 당시 김낙회 세제실장(현 관세청장)은 “공항 면세점 등에 중소·중견기업의 진출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면세점업계에서는 인천공항 면세점의 엄청난 임대료를 부담할 중소·중견기업이 얼마나 될지, 입성하더라도 특허기간인 5년 동안 영업을 지속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현재 롯데 등 대기업들은 인천공항 면세점에 ㎡당 연간 2000만원 안팎의 임대료를 내고 있다. 1500㎡면 연간 임대료만 300억원이다. 여기에 첫해엔 연간 임대료의 절반에 해당하는 금액을 보증금으로 내야 한다.

업계에 따르면 한국공항공사는 이번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에서는 ㎡당 연간 3000만원 이상의 임대료를 예상하고 있다. 중소·중견기업에 특허가 부여될 구역은 최대 660㎡에 달해 연간 임대료만 200억원, 보증금은 100억원이 된다는 뜻이다. 5년간 부담해야 할 임대료로 따지면 1000억원에 이른다.

업계 관계자는 “관세법상 면세점 특허를 신청할 수 있는 중소·중견기업의 기준은 자본금 1000억원 미만”이라며 “인천공항 면세점에 들어와 있는 대기업들도 임대료 부담에 쩔쩔매고 있는 데 중소·중견기업이 이를 감당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