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漢詩에 담긴 조선시대 가족愛
‘마침 오늘 아침 제수씨가 차려준 상 위에는/부드러운 쑥 놓였기에 울컥 목이 메누나/그때 나를 위하여 쑥 캐주던 그 사람의/얼굴 위로 흙 쌓였고 거기서 쑥 돋았네’

조선 영조 때의 문신이자 학자였던 심노숭이 1792년 아내와 사별한 뒤 지은 시 ‘東園(동원)’의 일부다. 심노숭이 관서지방을 석 달이나 유람하다 돌아오니 아내의 병색은 돌이킬 수 없는 지경이었다. 손수 쑥을 캐서 상을 차려내곤 했던 아내는 매년 돋는 쑥을 보며 자신을 생각해달라는 당부를 남기고 세상을 떴다. 마침 제수씨가 차려준 밥상에 쑥이 올라온 것을 보니 왈칵 눈물이 터진다. 아내를 잃은 아픔을 쑥 하나로 절절하게 읊었다.

세상에 다시 없는 내편, 가족은 한시로 살펴보는 조선시대 가족의 생생한 기록이다. 애정 표현에 인색했을 것 같은 그때에도 가족 간의 정리는 애틋했음을 저자는 보여준다.

‘딸아이 처음으로 말 배우는데/꽃 꺾고선 그것을 즐거워하네/웃음 띠며 부모에게 물어보는 말/제 얼굴이 꽃과 비슷한가요?’ 조선 후기 문신 신정(1628~1687)이 어린 딸의 재롱을 보며 지은 시다. 저자는 “부모의 눈에 딸보다 예쁜 꽃이 과연 있기나 할까”라고 했다.

아들, 딸, 아내 등을 먼저 보낸 아버지나 할아버지의 애처로운 사연과 따스한 손주 사랑, 정겨운 시아버지와 딸처럼 살가운 며느리 이야기 등을 담은 시와 저자의 해설이 실려 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