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유리 기자 ] 알뜰폰 업계가 '계륵'으로 전락한 중국산 스마트폰을 두고 딜레마에 빠졌다. 부진한 판매 성적으로 판매가를 낮췄지만 저가 정책을 지속할 경우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받을 수 있어서다.
'3만원' 중국 외산폰 '계륵' 되나 … 딜레마 빠진 알뜰폰 업계

28일 이동통신 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의 알뜰폰 자회사 미디어로그는 중국 화웨이 스마트폰 'X3'를 3만 원에 내놨다.

출시 두 달 만에 52만8000원에서 33만 원으로 출고가를 대폭 낮춘데 이어 30만 원(4만 원대 요금제 선택 시)의 지원금이 더해진 결과다.

X3와 같이 광대역 LTE-A를 지원하는 삼성전자 '갤럭시S5'와 LG전자 'G3'의 가격대가 60만~80만 원대인 것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정책이다.

미디어로그 측은 제품 수량에 따라 한시적으로 이뤄지는 이벤트라고 밝혔다. 그러나 판매 부진을 씻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고사양 프리미엄폰을 50만 원대에 내놨지만 소비자의 시선은 싸늘했기 때문이다. X3의 출시 첫 달 판매량은 약 1000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판매 성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가격 인하 카드를 꺼내든 것 아니겠냐" 며 "저가 정책이 판매량 증가로 이어지든 않든 한 번 내린 가격을 인상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중국산 스마트폰을 도입하려는 알뜰폰 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출시 초반 기세를 잡기 위해 저가 정책을 펼지, 장기적인 관점에서 브랜드 이미지를 지킬지에 대한 고민이다.

연내 샤오미폰을 포함해 외산폰을 도입할 계획이던 CJ헬로비전 역시 단말기 종류과 가격 수준을 놓고 고심중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단통법(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시행 이후 휴대폰 가격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지면서 알뜰폰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며 "연내에 반드시 외산폰을 내놔야 하는 상황인데 여러 가능성을 열어 놓고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단통법 이후 가입자 수가 하락한 이동통신 3사와 달리 알뜰폰은 나홀로 가입자를 늘렸다. 알뜰폰 업체 입장에선 제품을 다양화해 상승세를 타고 시장 점유율을 키워야 하는 상황이다. 가격 경쟁력과 성능을 갖춘 중국산 스마트폰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반면 판매량이 기대에 못 미칠 경우 재고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판매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저가 정책을 펼 경우 '중국폰=싸구려폰'이라는 인식을 줄 수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산 스마트폰 도입을 검토하던 초기보다 성공 가능성에 대한 확신이 줄어든 것은 사실" 이라며 "장기적인 관점에선 저가 정책이 해법이 아닐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최유리 기자 now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