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초보자들에게도 '저금리 시대'는 익숙한 단어입니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얼마나 많이 모으냐' 만큼 중요한 건 '모은 돈을 어떻게 지키느냐', 즉 세테크입니다. 세테크는 세금과 테크놀로지(Technology)의 합성어로 절세를 통해 재테크하는 기법들을 일컫는 말이지요. 돈 불리기가 힘들어지니 모은 돈에서 얼마나 세금을 덜 내느냐가 재테크의 성공 여부를 결정짓는 변수가 됐습니다. 사회초년생이라면 '빨간 밑줄' 그어가며 익혀둬야 할 세테크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스물여덟, 명품백 대신 명품통장④]'미생' 女동기 삼인방, '13월의 보너스' 대작전
2013년 10월의 마지막 날 종로 먹자골목의 한 포장마차. 한날한시 A 중견 식품업체에 입사한 88년생 삼총사 김지윤·송아름·고아진 씨는 월급 명세서를 테이블에 올려두고 소주잔을 돌렸다.

"내가 기가 막힌 마술을 눈 앞에서 봤다. 바로 오늘, 월급 받은 지 엿새 만에 통장 잔고가 바닥났어. 진짜 신기하지 않아? 내가 부양할 가족이 있냐, 아님 놀음에 빠진 남친이 있냐. 대체 뭐가 문제냐고."

지윤 씨가 마스카라 번진 얼굴로 신세한탄을 시작하자 아름 씨와 아진 씨의 고백도 이어졌다.

"나라고 뭐 다른 줄 아냐? 취업에 성공했다고 기뻐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대체 우리는 언제 돈 버냐."
"입사하면 돈 걱정은 안 할 줄 알았는데, 산 넘어 산이다."

얄팍한 주머니 사정을 토로하던 세 사람의 이야기는 술병이 쌓일 즈음 '이러다 결혼은 할 수 있을까'로 넘어갔다. 누가 처음 이야기를 꺼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셋은 생애 첫 재테크를 시작해 보기로 했다. 재테크의 첫 단계는 '매달 25일 월급이 들어오자마자 절반을 적금하기'였다. 다음 날 각자 은행에 가서 3% 금리의 적금 상품에 가입하고 매달 100만원씩을 꼬박꼬박 저축했다.

1년 뒤 삼총사는 다시 먹자골목 포장마차로 모였다. 한 해 동안 성실하게 저축한 것을 축하하기 위한 자리였다. 술이 한 잔, 두 잔 들어가며 분위기가 무르익자 세 사람은 숫자로 빼곡히 채워진 통장을 펼쳐들었다. 빠르게 통장을 스캔하던 아름 씨의 한 마디가 왁자지껄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왜 모은 금액이 다르지? 우리 똑같이 매달 100만원씩 3% 금리 적금에 넣지 않았어?"

◆ '재테크의 시작' 세테크에 눈 뜨다

술기운에 풀린 세 사람의 눈이 다시 또렷해졌다. 아름 씨의 말대로 세 사람은 매달 같은 금액을 같은 금리의 적금에 넣었지만 통장에 찍혀 있는 숫자는 저마다 달랐다.

"정말이네! 난 1214만760원인데 아름이는 1215만576원, 아진이는 1216만4053원. 왜 내가 제일 적은 거야."

지윤 씨가 그 이유를 알게 된 건 다음 날이었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적금 상품을 가입한 은행에 찾아갔다.

"고객님, 오해하지 마세요. 이거 세금의 문제인 거 같은데 동기분들과 다시 한 번 확인해 보시겠어요? 고객님이 가입한 상품은 일반 적금이지만 동기분들이 가입한 상품은 비과세나 세금우대 상품이어서 모은 액수에 차이가 나는 것 같아요."

OO은행의 비리를 파헤치겠다는 각오로 창구직원을 찾아간 지윤 씨는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황급히 은행을 빠져나갔다.

다음 날 점심시간에 확인한 세 명의 통장에는 정말 각각 다른 단어가 붙어있었다. 아름 씨는 '세금우대', 아진 씨는 '비과세'.

현재 이자소득에는 소득세 14%와 주민세 1.4%, 총 15.4%의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돈을 가장 많이 모은 아진 씨는 말 그대로 세금을 내지 않는 '비과세' 상품에 가입해 소득세 14%를 내지 않았다. 아름 씨는 세금 납부를 남들보다 우대해주는 '세금우대' 상품으로 9.5%(소득세 9%+농어촌특별세 0.5%)만 냈다. 같은 액수의 돈을 같은 금리의 상품에 넣어도 이자소득에서 빠져나간 세금의 규모가 다르니 모은 액수도 차이가 난 것이었다. 지윤 씨는 15.4%의 세금을 모두 내 셋 중 가장 적은 돈을 모았다.

"우리가 적금한 기간이 1년 밖에 안 되니 1000~2000원 차이가 났죠. 만약 아무것도 모르고 10년간 적금을 부었다면 일반적금인 나와 비과세인 아진이의 종잣돈은 무려 276만원이나 벌어졌을 거예요. 세금 우습게 보지 마세요. 재테크의 기본이 세테크예요."

◆ "늦기 전에 '한정판 절세상품' 찾아라"

세테크에 눈을 뜬 지윤 씨는 적금 상품을 갈아타기 위해 은행을 찾아다녔다. 사흘간 발품을 판 뒤 재형저축과 세금우대 저축 상품에 가입했다.

재형저축은 대표적인 비과세 상품이다. 총 급여가 5000만원 이하인 직장인이나 종합소득액 3500만원 이하인 사업자 등만 가입할 수 있다. 재형저축의 의무 가입기간이 7년이라는 점이 가장 큰 단점이었지만 내년부터 서민층의 의무 가입기간은 3년으로 줄어든다. 총 급여 2500만원 이하 직장인이나 종합소득금액 1600만원 이하 사업자, 15~29세 고졸 중소기업 재직청년은 이같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세금우대 저축은 당초 만들 계획이 없었지만 내년부터 사라진다는 이야기를 듣고 생각이 바뀌었다. 다음 달 관련 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내년부터 세금우대 저축과 생계형 저축이 '비과세종합저축'으로 통합된다. 이 상품은 고령층과 장애인 등만 가입할 수 있게 된다.

"20~59세는 1000만원까지 한도로 가입할 수 있었던 세금우대 저축이 내년부터 자취를 감추게 됐어요. 올 연말까진 가입이 가능하고, 만기 때까지 절세 혜택을 받을 수 있으니 세금우대를 원하는 사람들은 해가 가기 전에 빨리 가입하는 것이 좋아요."
[스물여덟, 명품백 대신 명품통장④]'미생' 女동기 삼인방, '13월의 보너스' 대작전
◆ 직장인 세테크의 대미, 연말정산

딴지 걸기 바쁜 조 대리와 공 대리, 일단 후배의 제안은 '까고' 보는 박 과장. 그렇게 마음 안 맞는 지윤 씨의 부원들이 한 마음 한 뜻이 되는 시기가 있다. 연말정산 시즌만 되면 부원들은 이른바 '13월의 보너스', 연말정산 환급금을 받기 위해 매달린다. 모두 총력을 다하지만 연초 연말정산 성적표를 받아든 부원들의 표정에는 희비가 엇갈린다. 이들 중 공 대리는 유일하게 웃음을 짓는 사람이다.

지윤 씨는 올 연말정산을 준비하기 위해 공 대리를 찾았다. 마음 같아선 얄미운 공 대리에게 업무 외의 일로는 말도 섞고 싶지 않았지만 13월의 보너스를 위해 머리를 숙였다. 지윤 씨가 가져온 캔커피를 '호로록' 마시던 공 대리는 몸무게만큼 무겁게 닫혀있던 입을 열었다. 그가 공개한 비법은 총 네 가지다.

△ 신용카드와 체크카드, 고민하고 써라

공 대리는 계산대 앞에서 '3초 고민하기'를 실천하고 있다. 3초는 계산하기 전 결제할 카드를 정하는 시간. 그의 선택을 받을 카드는 계산할 금액과 총 사용 금액에 따라 달라졌다. 신용카드와 체크카드의 사용 금액에 따라 연말정산 소득공제액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신용카드와 체크카드 등의 소비액이 총 급여액의 25%를 초과하면 소비한 금액의 일정 비율을 돌려받는다. 신용카드 소득공제율은 15%에 불과하지만 체크카드는 30%로 두 배 더 높다. 예를 들어 총 급여가 2500만원인 직장인이 급여의 25%인 625만원을 쓴 뒤 연말까지 100만원을 더 쓴다고 생각해보자. 100만원을 신용카드로 결제하면 소득공제액은 15만원이지만 체크카드로 결제하면 30만원이 된다.

현금으로 계산할 때는 현금영수증을 잊지 않았다. 현금영수증의 소득공제율 30%도 챙기기 위해서다. 술에 취해 양팔을 후배들에게 맡긴 때에도 "현금영수증"을 외친 그였다.

△ 연말에는 당당하게 "나 월세 산다"

"나 총 급여가 7000만원 이하이고, 월세 산다. 여자친구한테도 이야기 못 하는 사실이지만 연말정산 때 국세청에는 당당하게 말할 수 있지."

국회에서 여야가 합의를 이루면 총 급여가 7000만원 이하인 직장인은 월세 임대료의 10%(최대 750만원)에 해당하는 세액을 공제받게 된다. 기존에는 총 급여가 5000만원 이하의 무주택자에게만 연간 월세 비용의 60%(최대 500만원)를 소득에서 공제해줬다.

연봉 3000만원인 공 대리는 매달 50만원씩 내고 있는 월세에 대한 세액공제로 향후 총 60만원(50만원×12개월×세액공제율 10%)을 돌려받게 된다.

△ 막둥이 공 대리의 '부모 사랑'

공 대리는 전라남도 보성 노동면에서 1남2녀 중 막내아들로 태어났다. 부모님이 느즈막히 아들을 낳아 온가족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자랐다는 이야기는 공 대리의 '술자리 18번 에피소드'다. 18번 에피소드에 이어지는 건 시골에 계신 연로한 부모님 생활과 건강 걱정이었다.

그의 부모 사랑은 연말정산 시즌에 더욱 강해진다. 부모님과 따로 살고 있지만 부양가족으로 등록해 놨기 때문이다.

"부모님이 60세 이상이고, 연간 소득액이 100만원 이하면 소득공제 대상이 돼. 소비가 많으면 공제되는 금액도 많아지니 부모님을 부양가족으로 올려놓는 게 좋지. 연말정산 시즌만 되면 마음이 저릿해. 세월이 흘러 이제 내가 부모님을 부양하게 됐으니 말이야."

△ 연말에 빛을 발하는 금융상품

소득공제 금융상품도 화려한 연말정산 성적표의 숨은 공신이다. 대표 소득공제 상품으로는 주택청약종합저축과 소득공제장기펀드가 있다.

총 급여가 7000만원 이하인 무주택자가 주택청약종합저축에 가입하면 저축 납입액의 40%까지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소득공제 한도는 연 120만원에서 240만원으로 확대된다.

소득공제장기펀드는 지난 3월 출시된 절세 상품이다. 투자액의 40%, 최대 240만원까지 소득공제를 받는다. 다만 가입 대상이 '연소득 5000만원 이하 근로소득자'로 제한돼 있고, 최소 5년 이상 가입을 유지해야 세제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납입한도는 600만원이다.

설명을 마무리하던 공 대리는 느닷없이 시를 읊기 시작했다.

하상욱 시인의 단편시집에 수록된 두 편의 작품. '있는 듯 없는 듯' <적금 이자> '다양하고 푸짐하고' <세금>

"드라마 '미생' 뺨치게 공감되지 않냐? 있는 듯 없는 듯한 내 이자와 소득을 조금이라도 더 모으려면 다양하고 푸짐한 세금에 대처해야 한다는 말이야. 지윤이 네가 스물 여덟이라고? 나이를 더 먹어 내 집을 마련하고 아이가 생기면 취득세, 상속세,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등 따져봐야 할 세금이 점점 더 많아져. 나중에 몸집을 불릴 세금과 마주하기 전 지금부터 세테크 공부를 시작해야 돼."

한경닷컴 강지연/이지현 기자 ali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