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우정사업본부와 사학연금이 각각 세종시와 전남 나주시로 이전, 연기금의 지방시대 개막이 바짝 다가왔지만 수조원을 투자하는 운용역들이 해외 경쟁 기관으로 옮기는 등 연기금 핵심 인력의 이탈이 가시화되고 있다. 2016년 전북 전주시로 옮길 예정인 국민연금의 기금운용 인력 3명 중 2명이 이직을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규 직원 모집 경쟁률이 작년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인력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연기금 핵심인력 이탈…깨진 금융허브
국민연금의 대체투자팀장은 올초 기금운용본부의 전주 이전이 확정된 뒤 경쟁 기관인 싱가포르투자청으로 자리를 옮겼다. 국민연금의 운용인력 16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60%가 직장을 옮기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운용역 9명을 선발하고 있지만 경쟁률은 작년 20 대 1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사학연금은 노조가 서울에 남는 기금운용역과 지방으로 가는 본사 인력의 순환근무를 요구하고 있다.

박종수 금융투자협회장은 “서울 여의도를 금융 중심지로 육성하겠다며 ‘금융 중심지 조성과 발전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도 큰손들을 지방으로 이전시키는 이율배반적 정책이 강행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공적 연금의 지방 이전을 포기한 일본, 수도로 다시 옮겨온 네덜란드 사례를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은 정부연금펀드(GPIF)를 관청이 몰려 있는 도쿄 가스미가세키에서 가나가와현으로 옮기려던 계획을 지난 8월 포기했다.

요네자와 야스히로 GPIF 이사장은 “전문인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방 이전이 도쿄를 국제금융도시로 발전시키는 데 장애가 된다는 얘기다. 네덜란드 역시 공적 연금을 지방으로 이전한 뒤 국제정보에 뒤처지면서 수익률 하락에 시달리다가 18년 만에 수도로 다시 옮겼다. 세계 10대 연기금 가운데 본사가 수도를 벗어난 곳은 국민연금이 유일하다.

박동휘/허란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