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개고 합치고…글로벌 기업도 재편 중
대규모 사업재편을 통해 취약한 부분은 버리고 경쟁력 있는 분야에만 올인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은 해외 기업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한때 주력사업이었어도 미래 수익성이 악화될 우려가 커지면 과감히 도려내고 새로운 중점 사업에 역량을 쏟아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취지다. 특히 압도적 시장지배력으로 승승장구하던 글로벌 기업은 수시로 사업재편을 통해 핵심역량 강화에 나서고 있다. 이른바 ‘선진형 기업전략’이 확산되는 추세다.

대표적인 사례가 일본 소니다. 소니는 올 들어 데스크톱과 노트북 등 PC 부문 매각에 이어 TV 사업까지 분사하는 고강도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대신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기로 했다. 소니는 스마트폰과 태블릿PC를 중심으로 한 모바일 기기와 가정용 게임기, 디지털 카메라 등 세 가지 사업을 주력으로 내세웠다.

파나소닉 역시 2013 회계연도까지 2년 연속 7500억엔이 넘는 적자를 기록하며 경영난에 시달리다가 올해 초 매출이 부진한 PDP(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 TV와 스마트폰 사업에서 철수했다. 지난해 말에는 의료사업 부문의 자회사인 파나소닉 헬스케어와 반도체 사업에 대한 매각도 추진했다. 대신 자동차 배터리에 집중해 수익성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세계 최대 제조업체인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과 독일 지멘스도 각각 군살 빼기와 사업재편에 나서고 있다. GE는 지난 9월 소비자 가전사업을 스웨덴 일렉트로룩스에 매각했다. 대신 지난 6월 지멘스와의 치열한 경쟁 끝에 프랑스 알스톰의 에너지 사업 부문을 169억달러에 인수해 에너지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지멘스는 지난 9월 보쉬와의 가전 부문 합작사인 BSH 지분 50%를 보쉬에 전량 매각하면서 해당 사업 부문을 접기로 결정했다. 지멘스는 향후 에너지 개발과 대형 인프라 프로젝트 사업, 중장비 부문을 키울 방침이다.

정보기술(IT) 업계에서도 구조조정 작업이 한창이다. 2005년 PC 사업부를 레노버에 넘겼던 IBM은 지난 10월 레노버에 저가서버 부문인 ‘x86 서버’를 매각했다. 이에 앞서 지난 7월엔 애플과 기업용 모바일 앱을 공동개발하기로 결정했다. IBM은 현재 주력 중인 IT컨설팅 사업과 더불어 빅데이터 분석과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마이크로소프트(MS)에 휴대폰사업부를 매각한 노키아는 최근 사물인터넷과 내비게이션 등 네트워크 서비스사업에 주력하며 옛 영광을 되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미아/정지은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