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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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사 전환 포석…오너 지배력 강화 해석도

삼성전자가 2007년 이후 7년여만에 대규모 자사주 매입에 나선다. 실적 부진 여파로 약세를 보여온 주가를 부양하고 주주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차원이다.

증권가 일각에서는 지주회사 전환을 위한 포석이라는 시각과 함께 오너 일가의 지배력 강화 차원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어느 측면에서 바라봐도 자사주 매입은 주가에 긍정적이라는 게 우세한 분석이다.

26일 삼성전자는 자사주 보통주식 165만주와 우선주 25만주를 오는 27일부터 내년 2월26일까지 장내에서 매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난 25일 종가 기준 취득 예정금액은 보통주식 1조9635억원, 우선주 2297억5000만원으로 총 2조1933억원에 달한다.

이번 매입이 완료되면 삼성전자의 자사주 중 보통주 지분율은 기존 11.1%에서 12.2%로 높아진다. 우선주 지분율 역시 13.0%에서 14.1%로 올라간다.

삼성전자가 마지막으로 자사주를 매입한 건 2007년 1월. 당시 1조8000억원 규모 자사주를 사들인데 이어 7년 10개월 여 만에 또 한 차례 대규모 자사주 매입에 나선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주주가치를 높이고자 자사주 매입을 결정했다"며 "이미 지난 3분기 기업설명회(IR)당시 주주친화정책을 위한 방안을 고민해 보겠다고 밝힌 바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해 말 150만원을 넘었다가 올해 들어 실적이 고꾸라지면서 100만원 초반까지 떨어진 뒤 최근 120만원 선을 횡보하고 있다,

이에 따라 증권가에서도 이번 자사주 매입은 주주가치 제고와 실적 개선에 대한 자신감으로 봐야 한다는 분석이 우선 제기됐다.

노근창 HMC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순수하게 주주친화정책 일환으로 봐야 하지 않겠느냐"며 "올해 부진했던 실적이 내년 이후 회복될 것이란 데 대한 자신감을 보여준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노 센터장은 "자사주 매입으로 삼성전자 주가가 단기간에 130만원 초반까지는 올라갈 수 있다"며 "이번 결정은 주가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이날 자사주 매입 소식이 발표되자 삼성전자는 시간외 거래에서 4.75% 급등했다.

증권가 한편에선 단순히 주주가치 제고로만 볼 것이 아니라 삼성전자의 지주회사 전환을 위한 포석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한 임원은 "삼성전자가 향후 지주회사(홀딩스)와 사업회사로 분할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며 "이번 자사주 매입을 통해 삼성전자 홀딩스는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발 더 나아가 자사주 매입이 오너 일가의 지배력 강화 차원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이날 삼성그룹이 방산·화학 계열사인 삼성테크윈 등을 한화그룹에 매각한 것이나 삼성전자가 자사주를 매입한 것 모두 큰 그림에선 선택과 집중을 통해 오너의 지배력을 높이려는 작업이라는 것.

윤지호 이트레이드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사업조정과 지배구조 개편이 진행되는 이 시점에서 자사주를 매입한 건 오너의 지배력 강화로 밖에 볼 수 없다"며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에 대한 오너 일가 지분을 높이는 게 중요한 데 자사주 역시 우호지분으로 분류된다"고 말했다.

다만 자사주 매입을 어느 측면에서 바라본다 하더라도 삼성전자 주가엔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란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노 센터장은 "자사주 매입 이유가 설령 지주회사 전환을 위한 준비나 오너 일가 지배력 강화에 있다 하더라도 주가는 반등할 것"이라며 "올 초 실적 부진에도 주가가 크게 올랐던 것 역시 지배구조와 관련한 이슈 때문이었다"고 지적했다.

이날 삼성전자는 자사주 매입과 별도로 제일기획 주식 1150만주를 2000억원에 매입한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제일기획에 대한 삼성전자 지분율은 2.61%에서 12.61%로 높아져 삼성물산(12.64%)에 이은 2대 주주에 오르게 된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