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 편의점에 26일 해태제과 허니버터칩 품절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서울 시내 한 편의점에 26일 해태제과 허니버터칩 품절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해태제과의 ‘대박 과자’ 허니버터칩이 품절 사태를 빚자 편의점 CU의 본사인 BGF리테일은 최근 전 가맹점에 공식 안내문을 보냈다. ‘공급량 대비 구매량이 많아 허니버터칩이 점포 내에 비치돼 있지 않다’는 내용을 CU로고와 함께 게시하도록 했다. 품절 사태로 소비자들이 해태제과는 물론 편의점에까지 불만을 제기하자 대응에 나선 것이다.

1주일 30억씩 팔리는 허니버터칩 '품귀 현상' 빚고 있는데…공장 증설 망설이는 해태제과
허니버터칩 돌풍이 계속되고 있다. 젊은 층이 많이 찾는 대학가 편의점에는 입고되는 즉시 전량이 판매되는 일이 적지 않다. 서울시내 한 편의점에서는 5박스가 입고된 지 40분 만에 모두 판매됐을 정도다. 해태제과는 지난 8월 허니버터칩을 출시한 지 3개월여 만인 이달 18일 매출 100억원을 돌파했고, 이후 25일까지 1주일간 약 30억원어치의 허니버터칩을 추가로 판매했다고 밝혔다.

품절 사태가 계속되자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선 “과자가 입고되는 화·목·토요일 오후 3시께 매장에 방문하면 과자를 구할 가능성이 높다”는 조언성 글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부 소비자들은 해태제과가 품절 이슈를 이어가기 위해 의도적으로 생산량을 조절한다는 의혹까지 SNS상에서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해태제과 내에서는 공장 증설 여부와 시기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해태제과는 현재 강원 원주시에 있는 문막공장에서 허니버터칩을 생산하고 있다. 일본 제과업체 가루비와 합작해 만든 공장이다. 2교대를 3교대 근무로 바꾸고 24시간 공장을 돌려 하루에 2억원어치의 허니버터칩을 만들고 있지만 폭발적인 수요를 충족시키기엔 역부족이라는 설명이다.

해태제과 관계자는 “제품이 출시된 지 4개월이 채 안 됐기 때문에 당장 공장 증설을 논의할 단계는 아니다”면서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생산량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면 설비를 추가로 도입할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식품업계에선 해태제과가 과거 한국야쿠르트가 ‘꼬꼬면’의 초반 돌풍에 고무돼 설비 증설에 나섰다가 곤혹스러운 상황에 놓인 사례를 참고해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국야쿠르트가 2011년 출시한 꼬꼬면은 최근의 허니버터칩처럼 출시 초기 편의점과 대형마트에서 품절되기 일쑤였다. 한국야쿠르트는 꼬꼬면이 빅히트를 치자 라면사업부를 팔도로 분사하고, 전남 나주에 500억원을 투자해 라면공장을 추가로 지었다.

하지만 꼬꼬면 열풍은 1년 만에 사그라졌다. 경쟁사들이 하얀 국물 라면을 잇따라 출시한 데다 라면 시장의 트렌드가 다시 빨간 국물 라면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꼬꼬면은 현재 이마트에서 5개 묶음에 1990원으로 라면 중에서 가장 싼 값에 판매되고 있지만 판매량은 극히 저조하다.

해태제과는 허니버터칩의 인기를 꼬꼬면의 실패 사례와 연결짓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허니버터칩은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2년간의 실험 끝에 만든 제품”이라며 “단기간 반짝 인기를 끌다 쇠퇴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