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물산의  질주…매출 20% 증대전략 통했다
“매출이 1000억원대에서 정체된 회사를 끌어올리기 위해 과감하게 투자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위기일수록 결단력을 가져야죠.”

의류·생활용품 제조업체 태평양물산의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2009년부터 맡고 있는 임석원 대표(사진)는 “매출 정체가 지속되면서 직원들의 패배의식이 쌓였고 내부 시스템도 정비되지 않아 생산성이 좋지 않았다”며 “어떻게든 매출 증대 전략으로 돌파해야겠다 싶어 해외 공장 확보에 과감하게 투자하고 생산 혁신에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임 대표는 태평양물산의 창업주인 고(故) 임병태 회장의 아들이다.

◆매출 증대 밀어붙여

임 대표가 대표를 맡기 전인 2008년 1803억원이었던 회사 매출은 2009년 2164억원을 기록했고 2010년 3150억원, 2011년 4694억원, 2012년 5933억원, 지난해 8184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영업이익도 지난해 219억원을 냈다.

임 대표는 “매년 20% 이상 성장하자 직원들의 사기가 올라갔고 거래처인 미국 갭, 컬럼비아, 타겟, 짐보리 등에서도 주문량을 늘렸다”며 “실패해도 괜찮으니까 한번 도전해보라고 직원들을 격려하고, CEO로서 매출 증대 전략을 강력하게 추진해 나간 점이 발판이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해외 공장에 적극 투자

임 대표는 매출을 늘리기 위해서는 생산량을 늘려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해외 공장 확보가 시급하다고 판단했다. 기존에 운영하던 중국 공장 외에 베트남에만 총 4곳의 공장을 설립했고 인도네시아 1곳, 미얀마 1곳 등 총 6개의 해외 공장을 새로 확보했다. 2008년까지 1억4469만달러어치, 1710만장이던 생산량은 현재 5억4000만달러어치, 총 6000만장 규모로 늘어났다. 니트, 셔츠, 다운재킷, 패딩점퍼 등 의류는 베트남 공장에서 전체 물량의 59.5%를 생산(지난해 기준)했고 인도네시아(31.2%), 미얀마(9.2%)에서도 만들고 있다. 다운재킷에 들어가는 우모(거위털)는 중국, 한국, 베트남에서 만든다.

임 대표는 “우모 브랜드 ‘프라우덴’은 고품질로 승부하고 있는데, 국내에서 판매하는 아웃도어 브랜드 모두가 프라우덴을 쓰고 있다”며 “글로벌 SPA(제조·직매형 의류) 브랜드로는 H&M, 자라, 망고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의 갭은 30년 동안 우리에게 제품 생산을 맡기고 있다”고 덧붙였다.

처음에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만들던 태평양물산은 자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4년 전부터 제조업자개발생산(ODM) 비율을 늘려가고 있다. 현재 ODM 비율 5%를 3년 안에 10%대로, 5년 안에 20%대로 높일 계획이다.

◆“매년 매출 20%씩 늘리겠다”

태평양물산은 수출이 전체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내수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지만 국내 우모 시장에서는 ‘프라우덴’으로 70%가량 점유하고 있다. 임 대표는 “고급 우모로 만든 프리미엄 침구류 브랜드 ‘소프라움’을 종합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확대할 것”이라며 “앞으로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사업 비중을 1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브랜드 사업에 대한 포부도 밝혔다. 임 대표는 “당장 패션 브랜드를 만들 생각은 없지만 디자인 개발을 꾸준히 하고 있기 때문에 5년 안에 우리의 강점인 스포츠웨어, 캐주얼 쪽에서 독자적인 사업을 할 계획”이라며 “‘2022년 매출 3조원, 영업이익 3000억원’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수출부국’이라는 창업이념을 이어가기 위해 앞으로도 매년 20%씩 공격적으로 회사를 키워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