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풀고 기준금리 두 차례 낮췄지만…소비심리 '꽁꽁'…세월호 직후보다 더 급랭
정부가 재정지출을 확대하고,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두 차례 인하했지만 소비심리가 급락했다. 11월 소비자심리지수는 세월호 사고 직후인 5월보다도 더 낮게 떨어졌다. 경기 부양책에도 내수 회복이 더딘 데다 대외 여건까지 악화되면서 심리가 잔뜩 움츠러든 것으로 분석됐다.

◆14개월 만의 최저치로 하락

한은은 26일 ‘11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를 통해 이달 소비자종합심리지수(CCSI)가 103으로 전월보다 2포인트 떨어졌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9월(102) 이후 14개월 만의 최저치다. 지난 4월 발생한 세월호 사고의 직격탄을 맞아 급락했던 5월(105)보다 낮다. CCSI는 2003~2013년 장기 평균치를 기준(100)으로 삼는다. 100보다 높으면 장기 평균보다 낙관적이고 낮으면 비관적임을 뜻한다.

CCSI는 지난 7월 말 기획재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 발표와 8월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에 힘입어 8~9월 각각 107로 올라섰다. 하지만 10월 105에 이어 11월 103으로 두 달 연속 미끄러졌다. 한은이 10월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 수준인 연 2.0%로 내렸으나 소비심리 악화를 막지는 못했다.

CCSI를 구성하는 현재경기판단 소비자심리지수는 74로 10월보다 5포인트 떨어졌다. 6개월 후의 경기전망인 향후경기전망 소비자심리지수도 4포인트 하락한 87로 23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부동산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 역시 한풀 꺾였다. 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등 정부의 대출규제 완화와 9·1 부동산대책으로 9~10월 124까지 올랐던 주택가격전망 소비자심리지수는 이달 119로 한 달 만에 5포인트 하락했다.

민간의 소비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액지수도 최근 부진했다. 지난 7월 109.2였던 이 지수는 8월 112.4로 높아졌다가 9월 108.8로 다시 떨어졌다.

정문갑 한은 통계조사팀 차장은 “내부 회복이 부진한 가운데 지난 10월 말 미국이 양적 완화 종료를 선언하자 한국 등 신흥국에서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고, 최근엔 일본 엔화가치 급락으로 인해 수출 경기에 대한 걱정마저 더해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비관적인 경제성장률 전망

실제 한은의 16개 지역본부가 10월 말~11월 중순 해당지역 내 업체 등을 대상으로 조사해 내놓은 ‘4분기 지역경제보고서’를 통해 확인된 엔저(低) 충격파는 심상치 않았다. 이 보고서는 “엔화 약세가 국내 수도권의 완성차, 동남권의 기계류 등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엔저 탓에 일본인 관광객이 감소해 동남권의 음식·숙박업 등 관광 관련 업종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 투자은행(IB)들은 이런 상황을 반영해 한국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보다 내려 잡았다. 이날 금융투자업계와 블룸버그에 따르면 세계 34개 금융기관이 내다본 내년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치(중간값 기준)는 3.6%다. 이들의 전망치는 지난 5월 중순 이후 3.8%를 유지해왔다.

투자은행 중 BNP파리바와 UBS가 각각 3.0% 성장을 전망했고, HSBC와 무디스는 각각 3.1%로 예측했다. 로널드 만 HSBC 이코노미스트는 “엔저로 일본과의 수출 경쟁이 더 심해지고, 세월호 참사 영향이 사라진 뒤에도 국내 소비심리가 회복하지 못하고 있어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3.7%에서 3.1%로 낮췄다”고 말했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