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 재편 중인 삼성그룹이 방산과 화학 계열사를 통째로 한화그룹에 매각하는 '빅딜'을 단행한다.

한화는 이번 주 내 삼성의 방산·화학 사업을 지배하고 있는 삼성테크윈의 지분 약 32%를 넘겨받는 주식매매계약을 맺을 예정이다.

주식시장에서도 삼성과 한화의 '빅딜'에 즉각 반응하고 있다. 한화그룹주(株)는 모조리 뛰어오르고 있고, 삼성그룹주의 경우 '팔려 간' 삼성테크윈이 하한가(가격제한폭)로 주저앉았다.

◆ "자고 일어났더니 회사 주인이 바뀌었다"

삼성테크윈 매각을 놓고 그룹 내에서도 '철통 보안'이 철저하게 지켜졌다는 후문이다.

현재 삼성테크윈에서 근무 중인 30대 한 직원은 "솔직히 직원들끼리도 전혀 몰랐다"면서 "그 동안 올해 그룹 인사에서 새로운 사장이 누가 될 지 정도의 얘기와 루머가 전부였다"고 말했다.

이 직원은 "그런데 자고 일어났더니 갑자기 사장이 아니라 회사 주인이 바뀌었다"며 "지금 심정은 상당히 당황스럽다"고 토로했다.

◆ "한화 쪽에서 먼저 손 내밀었다"

이번 빅들은 한화그룹 쪽에서 먼저 인수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3개월 전 삼성 쪽에 먼저 손 내민 것이 맞다"며 "당초 삼성테크윈을 인수하려고 했던 것인데 테크윈이 삼성종합화학 지분을 갖고 있어 한꺼번에 패키지로 인수하게 됐다"고 말했다.

삼성 그룹쪽에서 방산과 화학 분야는 비주류이지만 한화에는 전통적인 주력 사업이기 때문에 향후 '사업 시너지'를 노렸다는 게 한화 측 설명이다.

◆ "비주력 사업 정리가 아니라 '선택과 집중'으로 봐달라"

삼성그룹은 이번 계열사 매각이 비주력 사업 정리 수순으로 시선이 쏠리는 것에 대해 다소 경계의 목소리를 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주력사업으로 '선택과 집중'으로 봐야 한다"면서 "그간 다른 계열사들이 '삼성 프리미엄'이란 울타리 안에서 긴장감 없이 지낸 점이 있다면 그에 대한 시그널(신호)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 "지배구조 재편 과정에서 맨 하단부를 없앤 것이다"

증시전문가들은 좀 더 냉정한 시각에서 이번 빅딜을 평가했다. 한 마디로 삼성그룹은 아쉽지만 냉정한 결단을 내렸고, 한화그룹은 '잘한 선택'이라는 것.

한 증권사 지주사 담당 애널리스트(기업분석가)는 "삼성그룹의 이번 사업본부 조정은 지배구조 단계에서 맨 밑에 있는 계열사를 정리한 것"이라며 "지배구조에 전혀 영향이 없기 때문에 이 관점에서만 보자면 사실상 방산과 화학 계열사를 버린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원활한 지배구조를 만들기 위해 사업본부를 조정했다고 볼 수 있고, 현재 그룹 내에서도 사업본부 조정이 어느정도 마무리되는 단계"라고 덧붙였다. 앞으로 삼성엔지니어링과 삼성중공업 재합병 시도 정도 남은 상태로 본다고 이 애널리스트는 판단했다.

또 다른 애널리스트는 한화그룹의 밝은 전망에 힘을 실어줬다. 그는 "한화그룹 사업은 방산, 정유화학, 에너지 쪽에 집중돼 있는데 주력 사업을 더 키워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전략"이라며 "노하우 있는 분야인데 선택을 잘 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