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1월 25일 21:53 자본 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한화그룹이 삼성테크윈 및 삼성탈레스 등 삼성그룹 방위산업 계열사들과 삼성종합화학 및 삼성토탈 등 정유화학 계열사를 한꺼번에 인수한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화그룹은 삼성그룹으로부터 삼성테크윈과 삼성테크윈이 보유한 주요 계열사 지분을 인수키로 하고 이르면 26일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할 계획이다. 인수대상은 삼성전자 등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보유한 삼성테크윈 지분 32.43%다. 1조8000억원 수준인 삼성테크윈의 시가총액을 감안하면 약 6000억원어치다.

업계 관계자는 "두 회사가 이미 이사회를 열어 의사결정을 마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테크윈은 삼성그룹 방산 계열사와 정유화학 계열사를 거느린 중간 지주회사 성격의 회사다. 따라서 한화그룹이 삼성테크윈을 인수하면 삼성그룹의 방산 및 화학계열사를 한꺼번에 사들이게 된다.

올 3분기 현재 삼성테크윈은 총 8929억원 규모의 계열사 지분을 갖고 있다. 먼저 삼성테크윈은 구축함 전투지휘체계 등 군사장비를 생산하는 삼성탈레스 지분 50%(장부가 2081억원)와 한국항공우주 지분 10%(장부가 3972억원)를 갖고 있다. 또한 석유화학 계열사인 삼성종합화학 지분 22.7%(장부가 2255억원)를 보유하고 있으며 삼성종합화학을 통해 삼성토탈 지분 50%를 갖고 있다.

이들 계열사 지분을 모두 인수하는데 드는 비용은 2조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은 이번 거래를 통해 그룹 승계구도의 사각지대로 꼽혔던 방산 및 석유화학 계열사를 한꺼번에 정리할 수 있게 됐다. 정유화학 업황이 부진에 빠지면서 삼성그룹은 그동안 삼성토탈 지분 매각을 추진하는 등 관련 업계에서 철수하거나 합작법인을 청산할 움직임을 보여왔다.

한화그룹에서 삼성그룹의 방산 및 석유화학 계열사를 인수하는 주체는 한화S&C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S&C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아들인 동관·동원·동선 3형제가 지분 100%를 보유한 회사로 그룹 승계구도의 핵심으로 평가된다.

업계에선 한화그룹이 한화S&C와 그룹 지주회사격인 (주)한화를 합병하는 방식으로 승계구도를 짤 것이라고 예상해 왔다. 두 회사의 합병으로 받는 신주로 세 형제가 (주)한화의 주요주주가 되면 한화케미칼(34.52%) 한화생명(21.67%) 한화건설(93.6%) 등 핵심 계열사를 지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한화S&C의 기업가치가 (주)한화와 비슷한 수준으로 늘어나야 한다. 예정대로 한화S&C가 삼성그룹의 방산 및 화학 계열사를 인수한다면 '몸집 불리기' 과제를 한 번에 해결하게 된다.

삼성그룹은 한화S&C 지분 25% 가량을 8000억원 정도에 사들여 자금력이 부족한 한화그룹을 측면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방산 및 정유화학사업을 정리하려는 삼성그룹과 주력업종을 강화하는 동시에 승계구도를 갖추려는 한화그룹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거래"라며 "정부가 계열사 교환을 강제했던 외환위기를 제외하면 건국 이래 최대의 그룹사간 빅딜"이라고 말했다.

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