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고객 감동 방송 광고] 만두 덥석 문 싸이, 유쾌한 '먹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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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CF 역사는 스타 캐스팅 역사와 맞물려 왔다. 그러나 스타 캐스팅은 상당히 까다로워지는 수가 많다. 스타 캐스팅 CF란 기본적으로 스타의 ‘기존 이미지’를 CF로 옮기는 작업이다.

스타의 ‘기존 이미지’가 대체 뭘까. 스타는 콘텐츠에서 자기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가장 효과 좋은 이미지란 ‘바로 직전’ 히트 콘텐츠 이미지다. 여기에 문제가 있다. 먼저 대중이 소비한 이미지를 재탕함으로써 오는 이미지 피로도 문제가 있다. 더 이상 저 스타의 저런 이미지를 더 보고 싶어지진 않는 것이다. 또 있다. 방송 CF는 생각보다 기간이 길다. 쓸데없이 이미지를 연장시킨다는 느낌이 먼저 든다. 최악의 경우 CF가 방송되는 동안에 그 스타는 또 다른 콘텐츠에서 자기 이미지를 바꿀 수도 있다.

이 같은 딜레마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 걸까. 적절하게 완급을 조절하고 안정된 결과를 내놓은 게 바로 2014 고객감동 방송광고 중 식품광고 분야 최고 고객 호감도를 보인 CJ제일제당의 ‘비비고 왕교자’ 편이다.

이 CF는 가수 싸이를 내세웠다. 현 시점에서 캐스팅할 수 있는 가장 거물급 스타다. 미국 시장을 꿰뚫은 월드스타로 워낙 뉴스 출연 빈도가 높아 가장 많은 대중이 알고 있는 스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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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싸이는 CF 출연이 처음도 아니고, 국내에서 가장 많은 CF에 등장한 스타다. 특히 ‘강남스타일’ 열풍 이후부터 다음 싱글인 ‘젠틀맨’ 발매 시점까지 그랬다. 그런데 그 CF들은 지금 잘 기억도 나지 않지만 당시에도 딱히 기억에 남는 것은 아니었다.

이유는 단순하다. 모조리 ‘강남스타일’ 또는 ‘젠틀맨’에서의 이미지에 맞춰 CF를 제작한 게 화근이었다. 거의 모든 CF에서 춤을 췄고, ‘강남스타일’이나 ‘젠틀맨’을 연상시키는 대사를 했다.

의문이 생길 수 있다. 싸이 외에 여러 아이돌 그룹도 노래를 들고 그 이미지로 CF에 들어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래도 싸이처럼 반응이 나쁘지는 않았다. ‘바로 직전’ 콘텐츠 이미지를 가져오는 건 마찬가지인데, 왜 싸이만 그렇게 효과가 안 좋았을까.

음악은 극예술 분야와 달리 반복성이 강하고 그만큼 노출도가 높아 이미지 소진이 빠르고, ‘강남스타일’과 ‘젠틀맨’은 당시 음악 그 자체 외에도 각종 시사보도프로그램에까지 연속적으로 등장하느라 훨씬 피로도가 심했기 때문이다.

‘비비고 왕교자’ CF는 난제를 어떻게 극복했을까. 일단 싸이의 ‘콘텐츠 이미지’를 싹 지웠다. 싸이 특유의 일렉트로니카 음악도 깔리지 않는다. 춤을 추지도 않고, 어떤 식으로건 콘텐츠와 연결될 수 있는 요소들은 등장시키질 않는다. 대신 싸이가 월드스타로 거듭나기 이전 이미지, 각종 TV 예능프로그램에 등장해 톡톡 튀는 입담을 던져대던 유쾌한 분위기만 끌어냈다. 상품 이름인 ‘왕교자’를 일단 내뱉은 뒤 싸이가 내던지는 “쫀득한 피가 혀와 썸 타듯 밀당한다”는 대사만 들어도 알 수 있다.

이런 게 싸이였다. ‘강남스타일’ 이전 갖가지 신조어들을 섞어 재담을 풀어대던 바로 그 싸이다. 바로 직전 콘텐츠 이미지가 아니라 대중이 익히 알고 있던, 그리고 지금은 좀처럼 등장하지 않아 오히려 그리워하는 이미지를 차용한 것이다. ‘기존 이미지’를 끌고 온다는 개념에서 더 나아가 식상함을 줄이면서도 기존 이미지를 끌어 온다는 개념으로 발전시킨 형태다. 물론 모든 스타에게 적용될 만한 것은 아니다. 갑자기 그 위상과 이미지가 급변해버린 싸이 같은 존재 정도에나 쓸 수 있는 방법이다.

싸이라는 스타의 면모와 속성을 파악해 최상의 효과를 거둬내는 데 성공한 CF라고 볼 만하다. 대단하지만 동시에 복잡한 스타의 기능을 가장 잘 파악한 CF란 얘기다.

굳이 하나의 전형처럼 설정될 수 있는 새로운 방법론을 제시할 수 있는 것만이 뛰어난 CF는 아니다. 단 한 번, 단 한 스타, 단 한 종류 상품에만 적용될 수 있는 방법론이더라도 지금까지의 난제를 풀어내고 흥미로운 전달을 꾀할 수 있었다면 그 CF는 존재가치를 평가받을 필요가 있다. CJ제일제당의 ‘비비고 왕교자’는 그런 CF였다.

이문원 광고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