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 켈러 미국 다트머스대 터크경영대학원 교수가 SK와 인터브랜드가 25일 개최한 SK 브랜드 컨퍼런스에서 코즈(대의) 마케팅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SK제공
케빈 켈러 미국 다트머스대 터크경영대학원 교수가 SK와 인터브랜드가 25일 개최한 SK 브랜드 컨퍼런스에서 코즈(대의) 마케팅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SK제공
기업이 사회문제 해결사
사회와 환경의 미래 추구
소비자 제품 선호 중요 기준

진정성이 코즈 마케팅 관건
기업이 펼치는 캠페인
제품과 상충 땐 ‘역풍’

브랜드 가치 실적으로 연결
애플·삼성 스마트폰 고수익
우수제품·브랜드 갖춘 덕분


#1. 미국 생활용품회사 P&G는 땀냄새 제거제 ‘시크릿’ 마케팅 활동에 학교폭력 문제를 연계했다. 가해 학생들이 피해 학생에게 ‘냄새나!’라는 폭언을 많이 내뱉는다는 점에 착안해 ‘학교폭력이 더 냄새나!’라는 표어를 내걸었다. 이를 통해 시크릿은 ‘학교폭력이라는 사회문제 해결에 적극적인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2. KFC는 2010년 이후 치킨 바구니 등을 판매할 때 50센트를 유방암 퇴치 운동에 기부하는 캠페인을 벌였다. 하지만 KFC는 비슷한 시기에 고열량 치킨버거를 출시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이후 고열량 식품이 유방암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알려지면서 소비자들은 KFC의 진정성을 의심하기 시작했고 브랜드 이미지는 오히려 추락했다.

학교폭력 문제와 유방암은 소비자가 관심을 갖는 중요한 문제들이다. 코즈(cause·대의명분) 마케팅은 이런 사회문제 해결을 기업의 제품·서비스와 연결해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경영활동으로 주목받고 있다.

○코즈 마케팅은 이제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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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마케팅의 석학으로 불리는 케빈 켈러 미국 다트머스대 터크경영대학원 교수는 25일 “코즈 마케팅은 기업들에 점점 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SK가 인터브랜드와 함께 이날 서울 명동 포스트타워에서 개최한 ‘SK 브랜드 콘퍼런스’에서 ‘진정성을 통한 브랜드 경쟁력 제고’라는 주제로 기조강연하면서 이같이 강조했다.

SK는 지난해부터 국내외 브랜드·마케팅 전문가를 초청, 최신 이론과 글로벌 사례를 공유하는 브랜드 콘퍼런스를 열고 있다. 소속 임직원을 위한 사내행사를 사회공헌 차원에서 일반인 대상 무료 행사로 전환했다.

켈러 교수는 “소비자들이 단순히 좋은 제품만을 찾는 시대는 지났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회와 환경의 미래를 생각하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하느냐가 소비자 선호를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차별화된 브랜드 이미지 구축하라

코즈 마케팅의 대표적인 효과는 차별화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이다. P&G는 학교폭력 예방 캠페인을 통해 땀냄새 때문에 대인 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에게 ‘시크릿을 쓰면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그 결과 ‘시크릿=자신감’이라는 이미지까지 만들어냈다.

켈러 교수는 “P&G는 시크릿에 이어 세탁 세제와 기저귀 등 다른 브랜드에도 코즈 마케팅을 확대했고 잇따라 성공적인 결과를 내고 있다”고 소개했다.

한 예로 P&G는 세탁세제 타이드와 저소득층에 대한 세탁세제 지원 마케팅을 연결했다. 타이드 판매량에 지원액을 연계해 소비자들이 타이드를 살 때마다 돈을 기부하는 기분이 들도록 했다. 켈러 교수는 “의류를 깨끗하게 한다는 제품의 속성을 ‘저소득층에 청결함을 제공한다’는 이미지로 확대한 성공 사례”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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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에게 성취 경험을 제공하라

코즈 마케팅의 특징은 소비자에게 ‘사회문제 해결에 동참한다’는 경험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켈러 교수는 “이런 경험을 통해 소비자와 기업의 유대 관계가 강화된다”고 소개했다.

코즈 마케팅의 시작은 미국 신용카드 회사인 아메리칸익스프레스(아멕스)로, 1984년 100주년을 맞은 자유의 여신상의 보수 공사를 지원하는 마케팅을 폈다. 아멕스는 기존 고객이 신용카드를 사용할 때 1센트씩, 신규 고객이 회원에 가입할 때 1달러씩 적립금을 쌓아 보수 공사에 사용했다.

켈러 교수는 “미국의 상징과도 같은 자유의 여신상 보수에 소비자들이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며 “캠페인 기간에 아멕스 카드 사용량은 27%, 신규 고객은 17% 늘었고 170만달러에 달하는 기금을 모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켈러 교수는 “아멕스는 꾸준히 코즈 마케팅을 하면서 ‘약속을 지키는 기업’이라는 브랜드 이미지도 이뤄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성공과 실패는 진정성이 가른다

켈러 교수는 코즈 마케팅의 성패를 가르는 중요한 요인으로 ‘진정성’을 꼽았다. 앞서 제시한 KFC 사례처럼 기업이 시행하는 캠페인과 상품이 상충(相衝)하면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켈러 교수는 진정성을 확보하는 방안으로 △비영리 기구와의 연계 △특정 지역의 구체적인 문제에 접근 △기업의 제품·서비스와 맞는 콘셉트 등을 제시했다.

SK그룹이 사회적 기업 육성에 공을 들이는 것에 대해 켈러 교수는 “세계적으로 사회적 기업과 투명한 기업 경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상황이기 때문에 시기적으로 적절한 주제를 선택했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보편성에 주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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켈러 교수는 기업이 코즈 마케팅 전략을 수립할 때 ‘공통성’과 ‘보완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공통성은 기업의 제품·서비스와 사회 문제가 교집합을 이뤄야 한다는 것이다. 나이키가 스포츠 제품을 팔면서 마라톤 대회를 열어 건강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는 것이 대표적이다.

보완성은 제품이 갖고 있지 않은 이미지를 코즈 마케팅을 통해 보충하는 일종의 역발상 전략이다. 켈러 교수는 “모터사이클 회사인 할리데이비슨이 근이영양증(근육이 지방으로 바뀌는 난치병) 퇴치 캠페인을 진행해 부드러운 이미지를 갖게 된 사례가 주목할 만한 보완성 전략”이라고 소개했다.

○브랜드 가치가 가격 결정력 만든다

켈러 교수는 “애플과 삼성이 스마트폰 사업에서 30% 이상의 영업이익률을 낼 수 있는 것은 우수한 제품에 강한 브랜드까지 갖춘 덕분”이라며 브랜드 마케팅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브랜드의 기본적인 역할은 제품 이미지를 소비자에게 알리는 것이지만, 브랜드 가치를 높이면 그 이상의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켈러 교수는 “기업이 브랜드에서 차별화에 성공하면 비슷한 제품들 사이에서도 가격 결정력을 가질 수 있다”며 “새로운 제품을 내놓을 때도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알릴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또 “브랜드 가치가 좋아지면 기업 내부 임직원이나 협력업체의 사기도 높아진다”며 “기업 간 거래(B2B)에서도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것이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 코즈 마케팅

cause marketing. 소비자가 관심을 보이는 사회문제 해결을 기업의 제품 및 서비스와 연결하는 ‘대의명분(cause)’ 마케팅을 말한다. 1984년 미국 아메리칸익스프레스가 소비자들이 신용카드를 사용할 때 얻는 수입의 일부를 자유의 여신상 복원에 기부한 프로젝트가 최초 사례로 꼽힌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