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펠러센터서 짐싸는 록펠러 家門
한때 미국 최대 부호였던 록펠러 가문이 창업 7대(代) 만에 뉴욕 맨해튼의 랜드마크 중 하나인 록펠러센터(사진)를 떠난다. 1933년 대공황 당시 석유재벌 존 데이비슨 록펠러 부자가 맨해튼 한복판에 70층 높이로 세운 록펠러센터는 입구에 설치된, 지구를 이고 있는 프로메테우스상과 함께 20세기 미국의 번영과 자본주의를 상징하는 건물이다.

뉴욕타임스(NYT)는 1933년 준공 이후 81년 동안 7대에 걸쳐 이 건물 56층을 사용하면서 창업자 재산을 관리해온 록펠러재단이 내년 중반 사무실을 인근 빌딩으로 옮길 계획이라고 25일 보도했다. 록펠러재단은 2000년 록펠러센터와 주변 빌딩 9채를 모두 매각하면서도 ‘가문의 영광’을 상징하는 56층은 임차해 계속 사용해왔다.

록펠러재단은 그동안 각종 자선사업과 기부 등으로 재산을 ‘탕진’해왔지만 록펠러가문의 전체 재산은 100억달러로, 미국 내 부호 가문 중 24위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창업주인 존 록펠러가 미국 석유산업을 독점하면서 일군 재산에 비하면 형편없이 줄어든 액수다. 게다가 7대를 이어오면서 록펠러 가문의 인원은 300여명으로 불어났다.

NYT는 창업자 존 록펠러가 1937년 세상을 떠날 당시 재산이 미국 전체 경제의 1.5%에 달했다며 이를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약 3400억달러에 달한다고 전했다. 최근 20년 넘게 미국 최대 부호 자리를 지키고 있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재산의 네 배에 달한다.

존 록펠러 증손자인 데이비드 록펠러는 사무실을 이전하는 이유에 대해 “계약에 따른 것”이라며 말을 아꼈지만 값비싼 임대료 때문으로 보인다고 NYT는 분석했다. 이 건물의 공동소유주인 부동산개발업체 티시먼 스파이어의 스파이어 회장도 구체적인 계약내용은 밝히지 않은 채 “그들이 임차료를 걱정하지 않았다면 그게 놀라운 일”이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NYT는 전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