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 바이오 사업 손 떼나
한화그룹이 한화케미칼의 폴 콜먼 바이오사업부문 대표(CEO·사진)를 포함한 바이오 사업부문 임원들을 대거 경질했다. 바이오시밀러(생물의약품 복제약)사업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물은 인사라는 지적이 많다. 업계에선 ‘한화가 바이오사업을 접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콜먼 대표를 비롯해 박상경 바이오연구센터장(상무), 김경은 바이오사업개발팀장(상무보) 등 바이오사업 담당 임원 4명은 지난 23일 전격 해임됐다. 이들은 한화케미칼의 바이오 사업을 책임져 온 핵심 임원들이다. 바이오 사업부문은 이상훈 상무(바이오시밀러 담당)가 당분간 총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24일 “한화케미칼이 바이오사업을 접을 것이라는 소식에 개발진과 연구원들이 다른 업체로 자리를 옮기는 것을 타진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내부에서 이미 의사 결정이 끝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룹의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주목 받았던 한화케미칼의 바이오시밀러 사업은 최근 1~2년 사이에 경고등이 연이어 켜졌다. 의욕적으로 개발한 항체의약품인 ‘엔브렐’ 바이오시밀러 개발 지연과 대규모 공장 투자가 실패로 돌아가면서 위기를 맞았다. 엔브렐은 미국 화이자의 류머티즘 항체의약품으로 세계적으로 연간 8조원어치가 팔리는 제품이다.

한화는 지난해 엔브렐의 바이오시밀러를 출시할 예정이었으나 개발 과정에서 문제가 생겨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보완 지시를 받았다. 자진 취하 과정을 거친 끝에 지난달 24일 최종 허가를 얻었다. 세계 최초의 엔브렐 바이오시밀러 개발에도 불구하고 한화케미칼이 대외에 적극 알리지 않은 것도 이런 속내 때문이었다.

바이오시밀러를 생산하기 위해 지은 충북 오송공장에서도 문제가 불거졌다. 내부 설계 문제로 착공 4년이 지나도록 식약처 최종 허가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한화케미칼은 바이오시밀러 생산을 바이오벤처에 맡겨야 하는 처지다.

한화케미칼은 엔브렐 바이오시밀러를 다국적 제약사에 기술수출(라이선스)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사실상 직접 생산을 포기한 것이다.

이 같은 문제로 2012년 말에는 미국 머크와 체결한 7639억원 규모의 엔브렐 바이오시밀러 계약이 해지됐다. 계약 당시 개발진과 임원들에게 특별 포상금까지 줬던 김승연 회장은 한화케미칼의 바이오시밀러 사업 실패에 크게 화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한화그룹 관계자는 “선택과 집중 차원에서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더 이상 확장하지 않는 것은 맞지만 사업을 완전히 접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김형호/박영태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