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힘들 때 잘해야 진짜 실력…올 800만대 돌파"
현대·기아자동차가 올해 글로벌시장 판매목표를 800만대로 고쳐 잡았다. 사업연도 종료를 한 달 앞둔 시점에서 올초 잡은 목표(786만대)보다 14만대, 지난해 실적(756만대)보다 44만대 늘어난 수정 목표를 제시한 것이다. 엔저와 주요 시장 침체라는 경영 악재를 우수한 품질과 서비스로 확실히 뛰어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풀이된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사진)은 24일 주요 계열사 사장단이 참석한 가운데 수출확대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시장상황이 만만치 않지만 수출확대 등에 만전을 기해 800만대 고지를 넘어서자”고 말했다. 정 회장은 “어려울 때 잘하는 것이 진짜 실력”이라며 “불리한 시장 여건을 극복해 우리 자동차 산업의 실력을 보여주자”고 강조했다.

◆800만대 달성 시점 반년 앞당겨

현대·기아차 경영진은 이날 회의에서 △부진한 세계 산업수요 회복 △엔저를 비롯한 환율 급변 △내수경기 둔화 등의 불리한 시장여건 속에서도 주요 시장에서 현대·기아차의 판매가 고르게 증가하고 있어 800만대 돌파가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기아차가 연간 판매 800만대를 달성하면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이후 5년 만에 판매량을 두 배 가까이 늘리게 된다. 전 세계 메이저 자동차업체 중 가장 높은 판매 성장세다.
정몽구 "힘들 때 잘해야 진짜 실력…올 800만대 돌파"
현대·기아차가 어려운 대내외 여건 속에서 800만대 판매목표를 제시한 배경에는 브라질과 인도, 중국 등 신흥시장에서의 선전이 자리잡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올 들어 10월까지 글로벌 시장에서 전년 동기 대비 4.8% 증가한 655만대를 판매했다. 이 가운데 중국에서는 10.5% 증가한 142만1650대를 팔았다. 현대차 관계자는 “중국 판매가 이런 추세라면 올해 170만대를 웃도는 역대 최대 판매가 유력하다”고 말했다.

인도시장에서도 현대차는 신형 i20와 엑센트 등의 신차 효과를 앞세워 8.0%의 높은 판매 증가율을 기록했다. 전체 시장규모가 마이너스 성장(-8.6%)한 브라질 역시 월드컵 마케팅 등을 앞세워 21만대를 판매하며 플러스 성장률(7.2%)을 달성했다. 러시아에서는 쏠라리스(현대차)와 뉴리오(기아차)가 선전했다.

◆2016년 멕시코·중국 공장 완공

미국과 유럽 등 선진 시장에서는 판매 증가율이 다소 주춤했으나 현대차 i20, 기아차 카니발 등의 신차 효과가 본격화하면서 최근 회복세를 타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현대·기아차의 800만대는 단순한 숫자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며 “도요타와 폭스바겐 등의 예를 보면 800만대를 넘어서면서 글로벌 최선두 메이커로 자리잡았다”고 말했다. 도요타는 2006년 800만대 판매를 달성한 후 2년 만에 미국 GM을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폭스바겐은 2011년 말 800만대 달성이 확실시되자 2018년 세계 1위 도약을 선언했다. 폭스바겐은 현재 도요타와 세계 1위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신흥시장 공략 강화, 라인업 확대, 품질 확보, 생산 증대 등을 통해 800만대 이후의 시대를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는 2016년 기아차 멕시코 공장을 준공할 예정이며, 같은 해 중국 충칭 및 창저우 공장 준공을 위해 중국 정부와 막바지 협상을 벌이고 있다.

박수진 기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