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달콤한 우승 세리머니 > 리디아 고(왼쪽)가 24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네이플스의 티뷰론GC 18번홀에서 LPGA투어 CME그룹 투어챔피언십 우승을 확정지은 뒤 크리스티나 김이 샴페인 세례를 퍼붓자 받아먹는 시늉을 하며 즐거워하고 있다. AP연합뉴스
< 달콤한 우승 세리머니 > 리디아 고(왼쪽)가 24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네이플스의 티뷰론GC 18번홀에서 LPGA투어 CME그룹 투어챔피언십 우승을 확정지은 뒤 크리스티나 김이 샴페인 세례를 퍼붓자 받아먹는 시늉을 하며 즐거워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리디아 고(17·뉴질랜드)가 미국 LPGA투어 시즌 최종전 CME그룹 투어챔피언십(총상금 200만달러)에서 단일 대회 상금으로는 가장 많은 150만달러(약 16억7000만원)를 획득했다. 1년간 차곡차곡 쌓은 수입(158만달러)만큼을 한 번 더 번 셈이다.

리디아 고는 24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네이플스의 티뷰론GC(파72·6540야드)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 날 4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 4개를 잡아 4언더파 68타를 쳐 최종 합계 10언더파 278타로 훌리에타 그라나다(파라과이), 카를로타 시간다(스페인)와 동타를 이룬 뒤 연장 네 번째 홀에서 이겨 우승컵을 안았다.

선두 그라나다에게 3타 뒤진 공동 5위로 최종 라운드를 시작한 리디아 고는 대역전극으로 시즌 3승째를 달성했다. 시즌 3승을 거둔 선수는 박인비, 스테이시 루이스(미국)에 이어 세 번째다. 아마추어 시절인 2012년과 2013년 캐나디안여자오픈에서 2연패한 리디아 고는 통산 5승을 거뒀다. 지금까지 한 차례도 커트 탈락 없이 프로 데뷔 후 42개 대회 연속 커트 통과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일반 대회 우승 상금의 7배

네 차례 연장서도 떨지 않은 강심장…리디아 고, 17억원 '잭팟'
리디아 고는 우승 상금 50만달러(약 5억5600만원)와 시즌 성적을 포인트로 더해 순위를 정하는 ‘레이스 투 더 CME 글로브’ 초대 챔피언에 오르며 보너스 상금 100만달러(약 11억1300만원)를 획득했다. 150만달러는 여자 선수가 단일 대회에서 벌어들인 상금 가운데 역대 최고액이다. 여자대회 최고 우승 상금인 US여자오픈(72만달러)의 배를 넘고, 일반 대회 우승 상금(20만달러)의 7배를 넘는 금액이다.

리디아 고는 “100만달러가 박스에 있는 것을 보고 누가 이걸 가져갈까 궁금했다”며 “그렇게 많은 돈을 한꺼번에 본 것은 처음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신인상에다 100만달러 보너스까지 받아 믿을 수 없는 한 해였다. 내년에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 기대된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최단기간 200만달러 돌파 신기록

리디아 고가 이날 벌어들인 150만달러 가운데 공식 상금 집계에 들어가는 것은 50만달러. 리디아 고의 시즌 상금은 208만9033달러로 불어나 데뷔 첫해에 200만달러를 돌파했다. 상금 획득 기간은 정확하게 10개월로, 역대 최단기간 200만달러 기록을 경신한 신기록이다. 리디아 고는 10개월간 26개 대회에 출전해 시즌 3승을 포함해 총 15차례 ‘톱10’에 진입했다. 2주 전 17세로 최연소 신인왕에 오른 데 이어 또하나의 새로운 역사를 썼다.

종전에는 2009년 청야니(대만)가 1년1개월13일, 32개 대회 만에 200만달러 돌파 기록을 세웠다. 그 전에는 폴라 크리머(미국)가 2006년 1년4개월15일 만에 200만달러를 넘어섰다.

◆시간다의 불운 덕에 시즌 3승

이날 우승컵은 거의 시간다의 것이었다. 시간다는 공동 선두를 달리던 17번홀(파3)에서 1m 버디 퍼트를 실수하며 연장전을 허용했다.

연장전은 18번홀(파4·391야드)에서 열렸으며 그라나다가 연장 2차전에서 보기로 먼저 탈락했다. 시간다는 연장 3차전에서 8번 아이언으로 두 번째 샷을 홀 1.5m 옆에 떨구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리디아 고가 하이브리드로 친 공은 홀에서 8m가량 멀어졌고 버디 퍼트가 짧아 패색이 짙었다. 그러나 시간다의 버디 퍼트가 홀 바깥쪽으로 빗나가며 운명이 뒤바뀌었다.

시간다는 종종 머리를 감싸쥔 채 극도의 긴장감을 떨쳐내기 위해 애를 썼다. 그는 연장 4차전 150야드 지점에서 두 번째 샷을 하기 전 두 차례나 어드레스를 풀었다. 결국 시간다가 친 공은 훅이 나면서 해저드 경계선을 넘어 긴 수풀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1벌타를 받고 네 번째 샷을 그린에 올렸다. 리디아 고는 8m 버디 퍼트가 홀 바로 앞에 멈췄으나 파로 마무리하며 우승을 확정지었다.

미셸 위(25)가 합계 7언더파로 공동 5위, 박희영(27)과 유소연(24)이 합계 5언더파로 공동 7위를 기록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